|
그러나 짚을 건 짚어야 겠다. 금강곡 길에는 언제부턴가 돌을 잘게 부순 흰색 자갈이 등장했다. 이 길을 걸으면 눈길을 걷듯 발밑에서 뽀드득 소리가 나고 폭신폭신한 느낌도 든다. 어떤 이들은 이 자갈의 등장에 대해 열렬히 환영의 뜻을 표하기도 한다. 반면 어떤 이들은 해남군의 행위에 대해 개탄하기도 한다. 자갈이 흘러내려 계곡 주변을 덮고 있어 미관상 보기도 안 좋고, 비만 오면 하천으로 흘러내려 계곡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폭우가 쏟아진 후면 어김없이 다시 자갈을 부어대는 것이 못 마땅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어느 사회나 그렇듯 군민들은 동일한 사안을 가지고 상반된 평가를 한다. 해남군의 당당함은 어쩌면 전자의 평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타 지자체는 어떨까? 먼저, 담양군의 예를 보자. 담양군은 얼마 전 메타세콰이어길 중 일부 구간에서 아스콘을 걷어냈다. 그리고 그 길을 순수하게 흙으로 덮었다. 그런 다음 입장료를 받고 있다. 예전부터 명품 길이 새로운 명품 길로 거듭난 것이다.
광주시민들이 많이 찾는 무등산은 어떨까? 증심사 입구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제외하면 인위적으로 손댄 곳이 거의 없다. 물론 등산로 사정이 금강곡 보다 낫지는 않다. 그런데도 그냥 두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시ㆍ군은 왜 해남군과 다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최소한 이 두 시ㆍ군은 환경을 어떻게 다루고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본다.
금강곡은 그냥 내버려둬도 명품이다. 그런데 해남군은 금강곡 입구를 우레탄으로 포장했다. 그리고 길에 자갈을 깔아 주민들로부터 흙과 낙엽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운치를 빼앗아 갔다. 또 배수로에 대리석을 까는 등 금강곡을 인공적인 구조물로 하나 둘 덧씌우기 하고 있다.
해남군은 금강곡을 훼손한 것이 아니라 복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굴삭기로 배수로 파고
태풍으로 움푹 파인 곳을 메우는 작업이 복구라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그 대상이 일반 가정집이거나 시내의 한 곳을 가리킨다면 말이다. 그런데 금강곡은 일반 가정집이거나 시내의 한 지점이 아니다. 금강곡은 폭우가 쏟아지면 일시에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계곡이다. 그래서 태풍 볼라벤이 해남을 강타했을 때 금강곡의 일부가 훼손되거나 유실된 것이다. 그런데 그 지점은 다른 곳이 아닌 해남군이 인위적으로 손을 댄 곳이기 때문에 더 이상 손대지 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복구는 최소한에 그치고, 더 이상 파헤치지 말 것이며, 그 다음은 자연의 회복 능력에 맞기라는 얘기다.
해남은 민원 때문이라는 말을 한다. 좋은 얘기다. 그러나 민원이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 그 민원의 궁극적인 결과가 어떤지 확인해 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강진만을 가보라. 강진만 갯벌 군데군데에 길게 난 포장도로. 그것은 주민들의 요구이자 민원이었다. 곧, 공멸의 길이되고 말았다.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