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고산 사당과 어초은 사당 사이로 길을 잡아
연동의 비자나무숲을 찾아간다
밞히는 붉은 황토가 내 두고온 그리움으로 일어나
나는 내 안에 실낱의 희망을 담을 수 있겠다
낮은 고사리잎과 들뜬 자귀나무의 잎이
제 온전한 열정으로 피어 있으나
그것이 어찌 저녁 햇살을 받아들인 황토의 한을
제 색으로 나타낼 수 있겠느냐
여름 한나절을 울어가는 매미들의 속을
그 짧은 목숨의 절절함을 알 리가 있겠느냐
연동의 비자나무숲을 들어서면
내 걸어온 길들의 어긋남이 보인다
잘 살아야겠다 이런 다짐도 소용닿지 않아
허툰 걸음으로 낮은 골짝을 내려와
석간수 한 모금에 이 허기를 지운다
박윤규 시인은 1956년 경남 남해 출생으로 1983년 ‘지금-여기의 시’에 참여했고 1993년 문예사조 신인상 등단했다. 시집 「몽블레르의 작은 술집」「'우둔한 답장」「빗살무늬토기에 대한」등이 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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