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쌍용자동차의 정리 해고와 그에 따른 파업의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극단적으로 죽음에까지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을 돕기 위해 힘쓰고 있는 정신과 의사 정혜신박사의 상담 내용을 통해 그들이 겪었을 ‘절망’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그들이 선택한 죽음의 방법은 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죽음을 시도한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더 많은 절망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쌍용차 사건으로 인해 자살한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 절망적이면서 실패할 확률도 거의 없는 투신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는데, 그만큼 세상과의 소통에 절망을 느끼며 쓰러져갔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을 그렇게 하게 만든, 그들에게서 삶의 의지와 희망을 앗아간 우리 사회의 악한 모습에 경악했다.
신자유주의에 눈이 멀어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쌍용차를 팔고, 그것을 사들인 상하이차가 불법으로 기술만 유출하고 약속한 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수사조차 하지 않은 정부의 모습과 회계 법인의 양심이 결여된 감정, 이상한 점이 너무도 많은 재판의 과정 등…, 선량한 노동자들은 수많은 모순의 구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러한 핍박을 보며 탄식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양심을 버리고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눈 감아 버린 것이, 쌍용차라는 회사에 자신을 바치며 힘써 온 조합원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일이었는지 그들은 알고 있을까? 학생인 내가 보기에도 그들의 모습은 지나치게 이해 타산적이고, 그들이 지배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 사회 또한 너무나 부패했다.
경찰이 그들을 대하는 모습 또한 나에게 큰 실망감을 주었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인 파업을 하는데, 국민을 지켜야 할 경찰은 그들을 범죄자로 모는 것도 모자라 억압하고 폭행까지 가한다.
공익을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경찰이 개인 회사를 위해 움직이는 것에 화가 났고, 그러한 경찰권 행사를 주도한 경찰청장이 스스로 뿌듯해하는 것을 보며 통탄했다.
나는 그러한 씁쓸함을 느끼며 저자의 또 다른 저서인 「도가니」를 떠올렸다. 부정부패로 들끓는 도가니는 작은 장애학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대기업이라고 부르는 곳에도 존재하고 있었고, 더 나아가 이 사회에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정리해고라는 위기 속에서도 회사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인 순박한 노동자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부정부패의 도가니 속에서 쌍용자동차 노조가 겪었을 분함은 지금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투쟁이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일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않았다.
자신들이 파업을 시작하자 회사 측에서 단전을 통해 그것을 방해하려 했는데, 그로 인해 공장 안에서의 생활이 힘들어졌음에도 그들은 비상 발전기를 공장의 도료를 굳지 않게 하는 데에 사용한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어야겠다는 생각보다 회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 기계를 지켜야겠다는 생각부터 한 것이다.
내가 읽은 것이 조합원들이 겪은 것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부라고 해도 그것은 몹시 괴롭고, 외로운 것이었다.
쌍용차 파업과 같은 사건은 모두가 ‘언젠가 내가, 혹은 나의 자녀가 겪을지도 모르는 일’로 여기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또한 그들의 의도를 왜곡한 언론과 그 언론의 보도만 보고 그들을 비난했던 사람들, “받을 만큼 받으며 회사를 다닌 사람들이 왜 파업을 하냐”며 그들의 파업을 복에 겨워 욕심까지 부리는 것으로 여긴 현 대통령도 이 책을 읽고 진실을 알았으면 한다.
입장을 바꿔 그들이 받아온 고통을 느껴봤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아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히 든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