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큰 산의 봉우리나 그 산을 안고 있는 봉우리의 명칭은 문헌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도 있지만, 대개는 먼 옛날부터 그 산의 배경이나 형상에 따라 지어진 이름이 구전돼 오다 정착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은 금강산이라 일컬어지는 우리고장 명산인 달마산도 그 예이다.
달마산 제일 높은봉(489미터)인 달마봉을 기준으로 북으로는 반야봉과 관음봉, 남으로는 떡봉과 도솔봉도 그렇게 얻어진 이름이다. 천년고찰 미황사 창건설화 중에 신라경덕왕 8년(서기 749년) 8월에 돌로 된 배(석선) 한 척이 아름다운 범패 소리를 울리며 사자포(땅끝마을) 앞 바다에 나타났다. 그날 밤 의조화상의 꿈에 금(金)인이 나타나 자기는 우전국(인도)의 왕인데 금강산이 일만불을 모실만 하다해 불상들을 모시고 갔으나, 이미 절들이 많이 있어서 봉안할 곳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던 길에 금강산과 비슷한 이곳(달마산)을 보고 찾아 왔다는 내용이 전한다.
또 한 설화는 영암군 산천조에 중국 송나라 때의 사람이 배를 타고 지나가다 사람들에게 저 산이 달마산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자 과연 달마대사의 화신이 상주할만한 산이구나 하며, 이 명산 아래 살고 있는 당신들은 복도 많은 분들이다 하며 떠났다고 한다.
두 설화만 보더라도 달마산은 불교와의 깊은 인연 내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산의 대표적인 봉우리 명칭은 산의 이름과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으며 또 한 봉우리 이름이 여러 개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옛 문헌에 달마산 봉우리 이름이 불봉, 봉화대, 불썬봉 등으로 명기돼 있는 것도 사실이고 구전으로 달마봉이라 칭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볼썬봉이란 명칭은 그 자체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제일 높은 봉에서 불을 피워 연기로써 상대방과 교신을 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오히려 불봉이라 하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따라서 불썬봉이란 이름 자체는 달마산의 모든 조건이나 환경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달마산이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있고 우리 도내에서 제일 명산이라는 호칭을 받고 있는데 몇 년 전 정상 봉우리에 불썬봉이라는 표석을 건립해 산악인들 간에 혼란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아무 의미도 없고 조금은 경박한 불썬봉보다는 달마산이라는 이름이, 불교의 유래적인 인연으로 보더라도 좀 더 위상을 높이는 이름이라고 본다. 달마봉으로 통일해 부르는 것이 지극히 옳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송지면 갈두리를 땅끝리로 변경했듯이 말이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