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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삼산면 목신마을에서 열린 전통혼례식. 옛 방식대로 신부집에서 치러진 전통혼례 주인공은 이세일 신랑과 윤용신 신부다.
마을회관에서 출발한 해남민예총 풍물분과의 길놀이가 앞장을 서고, 청사초롱을 든 화동의 인도로 신랑이 식장에 들어서자 하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신랑 우인들의 짓궂은 농담도 이어졌다. 이어 서양식 결혼행진곡이 아닌 풍물패의 연주에 맞춰 다홍색 원삼에 족두리를 쓴 신부가 입장을 한다.
해남 향교의 혼례절차에 따라 진행된 예식, 너무도 낯선 말들이라 신랑 신부의 실수는 연발되고, 하객들은 박장대소로 화답한다.
간간이 이슬비가 뿌려 가족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지만 30년 만에 보는 혼례식인지라 마당을 가득 메운 하객들은 개의치 않고 추억 속 전통혼례를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마을 앞에서 이어진 청사초롱을 보고 우연히 행사장을 찾았다는 외국인 또한 이색적인 결혼식을 한껏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본다.
결혼식 후 문화행사가 이어졌는데 토담 김종수씨의 축시 낭송과 신부 친구인 마승미씨의 민요, 신부집 조팝꽃 아래서 김영자씨의 한량무가 공연됐다.
신부 윤용신씨는 해 떨어지면 새들도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힘을 보태준 모든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하룻밤 온돌에 허리 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하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새 출발하는 신랑 신부를 축하하는 듯 혼례식장 주변엔 조팝꽃이 풍성하게 꽃 폭포를 이루고 마당가의 키 작은 노란 수선화도 함빡 웃고 있었다.
신랑 이씨와 신부 윤씨는 집을 짓다 만난 사이다. 윤씨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황토와 돌로 소재를 삼아 집을 짓기 시작한 지 2년 째 되던 지난해에 목수였던 이씨를 만났다. 생태환경을 추구한 그녀의 양파망집은 공법면에서도 해남 최초이지만 자연 속에 살고자 하는 이들의 손길로 지어졌다는데 의미가 있다. 윤씨의 집짓기에 녹색대학에서 만난 지인들은 물론이고, 마을청년들도 함께 해 목신마을의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데 일조를 했다.
윤씨는 자신의 집에서 전통혼례를 올리게 된 배경이 집들이를 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날 결혼신은 집을 만들어 가는 과정처럼 준비과정도 여럿이 함께 했다. 결혼식추진위원회가 결성됐고, 마을 청년들도 천막을 비롯해 각종 집기류를 준비했다. 녹색대학팀들은 혼례청과 집짓기과정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다. 목신 부녀회에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하객들을 접대했다.
박영자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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