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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식육점, 문구, 신발집 다 타격
농협마트와 축협마트 개장으로 농심과 해태음료 대리점 등 유통대리점이 해남지역에서 철수했다. 오리온 해남영업소는 철수를 준비 중이다.
모 대리점 관계자는 24시 편의점이 늘고, 대형마트까지 개장하자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안돼 대리점을 철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하지만 기존 업체들의 일자리는 없어져 버리는 결과를 낳고 이는 결국 지역경제의 퇴보와 인구감소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모 대리점은 다른 지자체들은 서로간의 공생의 길을 찾고 있는데 우리지역은 양극화의 길을 걷고 있다며 다수의 상인들이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유통대리점들은 늘어나는 인건비와 부대비용에 비해 최근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철수하게 됐고 철수 대리점도 늘어날 추세이다.
두 마트가 경쟁적으로 벌이는 추첨행사와 할인행사로 소상공인과 지역 마트, 재래시장 상권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개장 첫날 8000명의 고객이 밀려와 계산대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한 농협마트는 첫날 현금 거래액이 2억원에 이르렀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 또 두 마트 모두 자동차를 내건 경품행사, 설 특판행사를 계획하고 있어 나머지 상권은 설대목마저 포기해야할 입장에 놓이게 됐다.
현재 해남읍 A와 B마트는 축협마트에 이어 농협마트 개장으로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축협마트 개장 이후 30% 매출감소가 농협마트 개장으로 50%까지 감소를 보이자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마트 관계자는 두 대형마트가 할인행사를 경쟁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마트들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대형마트의 등장은 작은 마트의 매출감소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두 마트에서 취급하는 제품들과 관련된 상가들도 매출감소를 겪고 있다. 재래시장 채소가게며 과일, 생선, 식육점, 빵집, 문구점, 신발집 등도 모두 타격을 입고 있다.
대형마트 출현이 지역상권을 이렇게까지 흔들어버리고 타격을 보일지 미쳐 생각치도 못한데다 아무런 대비없이 맞는 상황이라 다들 당황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누리상품권에 목매는 재래시장
해남사랑상품권 발행도 필요
설 대목을 앞둔 재래시장 상인들은 시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떤 대안이라도 찾아야 한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소상공인으로 이루어진 재래시장 상인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도 현재의 상황이 절실하게만 느껴지고 있다.
해남읍 오일장 천대진 상인회장은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체결을 확대시키는데 분주하다. 천 회장은 사비를 털어 온누리상품권을 재래시장에서 사용해달라는 광고 전단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태풍피해 의연금으로 지급된 4억여원에 이르는 온누리상품권을 잡기 위해 재래시장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가맹점 체결에 나서고 있다. 현재 읍오일장 상인 20여명 이상이 가맹점 신청을 한 상태며, 계속 가맹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고도리 오일시장 주변 상가들은 가맹점 체결대상이 안되고, 재래시장 안에 있는 상인들만 자격이 주어주기에 고도리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와 24시 편의점으로 더 큰 타격을 보는 것은 고도리 상가인데 온누리상품권의 혜택마저 볼 수 없어 울상인 것이다.
상인 전체가 가맹점 체결을 한 남창오일장은 지난 22일 장에 1000만원 정도의 온누리상품권이 거래됐고, 27일에는 7~800만원 정도 사용됐다. 설대목장인 2일과 7일에는 더 많은 금액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창오일장 김주선 상인회장은 온누리상품권이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며 남창상인들은 미리 가맹점에 가입했기에 지금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누리상품권의 특수도 설이 지나면 사라질 전망이다. 태풍 피해의연금으로 지급된 것이라 설 대목에 거의 쓰여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개장으로 해남오일장과 매일시장, 해남 대표 수산시장인 남창장도 고전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외곽도로 개통으로 해남의 모든 재래시장이 타격을 보고 있는 가운데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상권 한축 무너지는데
해남군은 무얼하나
두 마트의 등장으로 상권이 흔들리자 군행정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마트, 대리점, 재래시장, 재래시장 주변 상인들은 대형마트 개장으로 인해 어려워진 서민경제를 위해 군에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해남오일장 상인회 천대진 회장은 “설대목에 농축협마트에서 할인행사를 하는 것은 모든 재래시장을 죽이는 것이라며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 회장은 재래시장 상인과 군행정, 농축협 마트간에 간담회를 열어 서로가 공생할 방안을 찾는 노력이라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모 마트사장은 다른 상권을 살리기위해 두 대형마트가 휴일을 만들거나 저녁시간 문을 조금 일찍 닫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역의 한 상권이 무너지는 것은 또 하나의 소비자가 무너지는 것이고 지역공동체가 급속히 해체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서로간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 상인은 “인근 강진군만 보더라도 읍시장을 현대식 마트형 시장으로 재건축하고, 군민과 각종 단체, 공직자 등이 전통시장을 살리고자 온누리상품권 구매운동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해남군은 무얼 하는지 따져 물었다. 특히 남창주민들은 남창장이 4차선 외곽도로로 인해 고립되고 있는데도 해남군은 아무런 대책도 내세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남창장의 매출감소 원인이 남창장으로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도로사정 때문인데도 이에 대한 자구적 노력마저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강진사랑상품권 발행
지역상권 살리기 나선 강진군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선 강진군은 2010년 국비와 군비 45억원을 투입해 현대식 마트형 시장을 개장했다. 또 강진사랑상품권을 발행해 290여개 업체가 가맹한 상태다. 지역상품권 발행은 지역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고 소득을 증대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강진군은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장보기 체험과 노래자랑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지난해 6월에는 현대화 시장 2주년 기념행사인 고객사은 경품대잔치에 10만여명이 응모해 성황을 이뤘다.
강진군의 재래시장 살리기 운동은 상인회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강진읍시장 상인회는 지난 추석 때 상인 100여명이 참석해 물가안정을 위한 상인 결의대회와 캠페인을 가졌다.
가격담합, 매점매석 안하기, 불공정거래 금지 등 값싸고 질 좋은 물건과 친절한 미소로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을 맞이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지역상품권은 화천군이 산천어축제 때 처음 등장시킨 상품이다. 관광객에게 얼음낚시 입장료를 받는 대신, 그 금액만큼 지역상품권을 준다. 관광객은 프로그램을 공짜로 이용하고, 입장료 대신 받은 상품권으로 지역에서 상품을 구매한다.
관광객들은 1만원의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지역상가를 찾고 상품권 이상의 또 다른 상품을 구매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는 상인과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는 논리는 결코 맞지 않다. 두 마트의 등장과 대기업 24시 편의점의 증가로 인해 소상인들은 설 땅마저 잃어가고 있다.
해남군민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상인 보호대책은 상인들뿐 아니라 행정의 몫도 분명 있다는 소리에 해남군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윤현정 기자/
*아래 사진설명
설 명절을 앞둔 대목인데도 대형마트의 연이은 개장으로 읍 매일시장은 고객의 발걸음이 뜸해 한산한 모습이다.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