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꽃이 져 버렸네. 꽃이 져 버렸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들이 져 버렸네.
북위 37°50, 동경 126°씨줄과 날줄 장산곶 돌아 흐르는 백령도 앞 바다에서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꽃들이 져 버렸네.
파도는 날카로운 칼처럼 하얀 날 세워 우-우 밀려드는 싸늘한 바다, 파도는 깨어지는 거울처럼 쨍그랑 날카롭게 깨어지는 바다, 효녀 심청 지극한 효심도 냉정하게 삼켜 버렸던 원망스런 인당수여! 인당수여! 인당수 앞바다 바다 속 깊숙이 꽃이 져 버렸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들이 져 버렸네.
높은 산꼭대기까지 깊은 계곡 너른 들녘까지 붉은 꽃 노란 꽃 다투어 피어나는데 깊고 깊은 바다 속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들이, 꽃보다 더 곱고 고운 꽃들이 져 버렸네.
아- 그렁그렁한 아름다운 추억들이여!
아- 밤하늘 별빛보다도 더 영롱하고 찬란한 꿈들이여!
누구의 잘못으로 깨어져 버렸는가? 누구의 원죄로 허무하게 떨어져 버렸는가?
조국의 원죄를 대속한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꽃들이여!
아- 누구의 죄인가? 누구의 죄인가? 언제까지 갚아야 할 부채인가? 아- 조국이여! 조국이여! 언제까지 가슴에 묻어야 할 무덤인가.
어이할꼬 어이할꼬 생때같은 귀한 자식, 가슴에 묻어야 할 비통하고 애통한 저 퍼런 가슴들을 어이할꼬 어이할꼬.
순직, 순국, 전사의 철조망도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서부전선의 되풀이 되는 도돌이, 뒤에 숨긴 떡덩어리 주물럭이며 조삼모사의 곡예로 애통해 하는 입을 막으려는 위무의 달인들, 이미 때려진 특진 뒤에 또 다른 특진의 방망이를 때릴 수밖에 없어 우왕좌왕 갈팡질팡 돌리고 돌리는 새대가리들의 저 꼬락서니를 어찌할꼬 어찌할꼬.
아- 져 버렸네. 져 버렸네.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꽃들이 우수수 지고 말았네. 몇 센티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무너져 버린 단절의 공간속에서 대한 조국의 이름으로 산화한 꽃들이여, 바다 속 깊이깊이 새하얀 소금기둥 비목으로 세워두고 떨어진 꽃들이여!
허공에 서성이는 베토벤의 교향곡 영웅도 과례는 비례되어 허허롭게 중음으로 떠돌고, 간절하고 간절한 마음들도 공허하게 천공을 빠져나가 조기로 펄럭이는 영웅이여! 영웅이여! 천안함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한 대한의 진짜 해군들이여! 진짜 대한의 자랑스러운 아들들이여!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꽃들이여 편히 가소서. 가셔서 총칼 없는 곳에서 태어나소서.
삼가 왕생극락을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