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과 어머님의 결혼 69주년, 내년이면 70주년을 맞이하네요. 어머님이랑 연애하시는 모습으로 멋지게 살아가고 계심에 저희 팔남매는 항상 기쁨니다.
지난 3월 30일은 아버님의 83회 생신날 이었지요. 그때의 아버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투병 중이신 아버님은 오랜만에 양복을 차려 입으시고 “옷이 좀 크구나” 하시며 미소를 지으셨지요. 그 미소 뒤에 숨어 있는 야위고 초췌한 모습을 털어버리시려는 모습, 자녀들 앞에서 당당해 보이시려는 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아버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 팔남매를 참사랑으로 길러 주셨지요. 오늘은 유독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많이 떠올라 지나간 날들이 너무너무 그립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딸들의 발을 당신의 발 위에 올려놓고 걸으셨고 목마를 태워주시고 호롱불 밝힌 저녁이면 벽에 손 그림자를 만들며 놀아주셨지요.
아들들과 함께 마당에서 팽이를 치고 공을 차고 연을 만들어 날리며 논둑 밭둑을 다니셨지요. 아버님은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하고 항상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라 하셨지요. 지는 자가 이기는 자라고 가르쳐 주셨지요. 할머니와 어린 우리들을 위해 밥상에서 신문을 소리 내어 읽으셨지요.
아버님은 큰 딸인 저에게 딸이라고 부르지 않고 항상 우리 장손이라고 인정해 주셨지요. 그 부름에 지금까지 당당한 장손으로 살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아버님은 우리의 최고 선생님, 요즘 말하는 스피칭 선생님이기도 하셨습니다.
어떠한 아름다운 말도 어떠한 큰 상도 아버님께 드리기는 너무나 부족해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이 편지로 대신합니다.
늦게나마 예수님을 믿어 천국 가실 준비를 하시는 아버님, 어머님과 멋지게 살아가고 계심에 저희 팔남매는 다시 한 번 83회 생신과 결혼 6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박수를 올립니다.
아버님을 사랑하는 장손 강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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