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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한 것은 가정이 사회의 기초이기 때문일 것이며 무너져 가는 가정을 회복시켜 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가정의 달이 참으로 부담스러운 달이 되어버린 지는 오래이다.
핵가족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정마다 어린이들이 과보호 보물단지가 된 지 오래고, 일부가 그렇겠지만 어버이날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고, 스승의 날이 오기 전부터 ‘우리 학교는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SMS를 보내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며 부부 이혼율은 갈수록 높아만 간다.
어린이날은 미래 사회의 주역인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자 제정한 기념일이다. 3·1운동 이후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의식을 불어넣고자 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해 1923년 5월 1일, 색동회를 중심으로 방정환 외 8명이 어린이날을 공포하고 기념행사를 치름으로써 비로소 어린이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버이날의 유래는 이렇게 전해진다.
지금부터 약 100여 년 전 미국 버지니아주 웹스터 마을에 안나 자이비스란 소녀가 어머니와 단란하게 살았었는데, 불행하게도 어느 날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의게 되었다. 소녀는 어머니의 장례를 엄숙히 치르고 그 산소 주위에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카네이션 꽃을 심었다. 소녀는 어느 모임에 참석하면서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나갔다. 보는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 소녀는 대답하기를 "어머님이 그리워 어머니 산소에 있는 카네이션과 똑같은 꽃을 달고 나왔다." 라고 말했다. 안나는 그 후 어머니를 잘 모시자는 운동을 벌여 1904년에 시애틀에서 어머니날 행사가 처음 개최됐고 우리나라도 어버이날을 기리고 있다.
스승의 날은 1963년 충남 강경고등학교의 윤석란(당시 17세) 학생이 병석에 누워 계신 선생님을 방문한데서 연유한다. 윤석란 학생은 당시 JRC(RCY의 옛 명칭, 청소년 적십자단)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함께 활동하던 친구들에게 선생님 방문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그 후 민족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부부의 날은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매년 5월 21일 ‘부부의 날’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모두가 제 색깔을 잃은 지 오래이다.
지난 2007년의 일이다.
스승의 날, 한 아이가 작은 상자를 건네주며 “우리 아빠가 갔다 드리랬어요” 하는 것이었다.
“네 아빠가 누구신데?”
“예, 김○자○자 예요”
그는 총각 시절, 교사로 첫 발령을 받은 곳에서 가르쳤던 제자이다. 이미 아버지가 된 그가 보내준 작은 상자엔 한쪽 끝을 색종이로 곱게 감은 분필이 가득 들어 있었고 그 위에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그 편지를 스캔하여 지금도 가지고 있기에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본다.
‘이 분필 기억나십니까? 송지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셨던 선생님께서 누군가에게 이와 같은 선물을 받으시고 기뻐하시면서 저희에게 자랑하신 그 때가 불현듯 생각나서 두 딸과 함께 색종이 곱게 접어 영원한 선생님께 전해드립니다.
여러 가지 색깔의 색종이로 분필 한 쪽을 말아서 분필이 손에 묻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보낸 분필 선물 2통!
선물을 받고 찡하는 전율이 밀려왔다. 편지의 내용엔 부인과 딸아이들과 함께 색종이를 말았단다. 분필을 보는 순간 지난 시간이 되살아나고, 스승되지 못한 부끄러움과 고마움 그리고 교직의 보람이 가슴에 밀어 올랐다.
빛바랜 5월, 상실의 달에 가정의 달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며 아름다운 기억을 담아준 그 제자에게 오늘 다시 고마움을 전한다.
5월이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들의 가정이 다시금 회복되어 가정마다 즐거운 노래가 울려 퍼지길 소망해 본다.
영국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던 비숍의 곡 ‘즐거운 나의 집’을 가만히 읊조려 본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내 집 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우는 집 내집 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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