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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편백나무 사이를 걷는다. 힘차게 위로 뻗는 나무 사이로 아스라이 하늘이 보인다. 그곳에 잠시 나를 내려놓으며 긴 호흡을 하니 편백의 향이, 자연의 향이 내게로 온다. 북평면 평암마을에서 도솔암을 오르는 산 중간쯤에 편백 숲이 자리한다. 굽을 줄 모르고 오로지 반듯하게 위로만 향하는 편백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마음의 문까지 저절로 열린다.
숲에 들어서면 온통 편백나무뿐이다. 넓은 터에 빽빽이 들어선 편백나무, 다른 나무 다른 생명체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고 방문객과 편백나무만이 오롯이 서 있다.
이곳의 편백 숲은 아직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누가 이 외진 길을 알고 찾아오겠는가.
마을에서 편백 숲까지는 2km거리, 자동차로 숲 입구까지 이동한 후 걸어서 20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한때 이 편백나무 숲을 세상에 알리고자 숲 입구에서부터 도솔암까지 등산로를 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 길은 편백 숲에서 그치고 말았다. 정상까지 향하지 못한 길, 결국 편백 숲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다시 숨어버리고 말았다.
마을에서 편백나무 숲을 지나 도솔암으로 이르는 길은 해남의 또 다른 보고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정상까지 이르는 길이 없어 편백나무 숲까지 이르는 길도 어수선하지만 등산로를 정비하면 해남에 새로운 쉼터를 제공해 줄 것이다.
도솔암 주지 스님은 편백나무 숲이 너무도 빼어나 이곳까지 등산로를 낼 계획이다. 또한 편백나무 숲에 이르는 산 초입 다랑이 논에 대규모 약초단지를 조성해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건강에 대한 깨우침과 쉼터도 선사할 계획이다.
마을에서부터 편백나무 숲까지 이르는 길도 소박하다. 자동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고부랑 길인데다 밭둑과 논둑이 돌담으로 돼 있어 눈길을 끈다.
돌담의 논둑길을 지나 편백 숲이 주는 신선함에 정갈하게 마음을 씻으며 도솔암에 이르는 길, 지금은 비록 길을 만들어가면서 찾아가는 도솔암이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의 세계가 아닌 것 같다.
도솔암이 신비의 암자로 알려지면서 최근 들어 찾는 이들이 급속히 늘었다. 혼자 가는 인생처럼 오솔길을 걸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산 정상 바위 속 암자. 옛것을 찾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요즘, 도솔암을 향하는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번 찾으면 그 신비에 매료돼 버린다는 암자, 편백나무 숲길을 거쳐 이르는 암자 행은 언제쯤 가능할까. 편백나무 숲을 지나 도솔암에 이르는 등산로, 해남의 또 다른 보고가 될 것이다.
박영자 기자/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