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역사 속에 어떻게 기록될까? 유난히도 큰 별들이 많이도 떨어진 해였다. 김수환 추기경을 시작으로 뜻하지 않은 노무현 전대통령과 김대중 전대통령의 서거를 맞이해야 했다.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쓸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지난 12월엔 소복소복 눈이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주었다. 인간은 길에서 태어나, 길을 걷다, 길에서 죽는다고 한다. 그들이 걸어간 길을 이어 우리는 어디쯤 걷고 있을까?
돌아보면 1년이 훌쩍 가버린 느낌이다. 강보다 먼저 국민들의 가슴을 파헤치고 간 4대강의 굴삭기 삽날은 몰아친 한파처럼 지난해를 싸늘하게 했다. 21세기는 친환경의 시대라는데 이젠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제는 돌아가 옛것에서 느림의 미학을 찾아야 한다. 직선이 주는 속도감보다는 곡선이 주는 완만함에서 삶의 철학을 배워야 할 때이다.
우리가 앞만 보고 달릴 때 주위엔 넘어지거나, 낙오된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혼자 결승선에 서면 승리감에 도취되어 진정 감격스러울까? 세상은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 넓다. 이제는 넘어진 그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함께 가야 한다. 차가운 거울 속에서 혼자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만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웃는 얼굴이 포근함이고 따스함이다.
눈 속에 피어 더 아름다운 동백처럼 추위에 움츠러들지 말자. 문밖을 배회하는 찬바람 소리에 주눅들지 말자. 마주잡은 손에서 전해오는 사람의 체온이면 추위도 녹는다. 비우면 차더라고 새해 아침 떠오르는 햇살에 묵은 때라도 씻어보자. 유리처럼 차가운 대기를 가르며 용광로의 쇳물처럼 솟아오르는 해에게 손 내밀어 소망이라도 빌어보자. 경인년 새해 힘차게 달려오는 용맹스런 호랑이에게 무사 안녕을 빌어보자. 새해는 그래도 희망으로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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