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흩날리는 봄밤에 취해 길을 나서는데,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역시 난 소방관인가 보다. 화재 시 소방차를 위한 공간에 승용차가 주차돼 있는 모습에 이토록 아름다운 봄밤의 풍경도 사라지니 말이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이 안전에 대해 무감각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73%나 차지했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 국민의 안전 불감증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소방통로! 이것은 생명의 길이다. 그 소중한 길을 우리의 안전 불감증이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소방통로를 확보하지 못해 큰 인명과 재산피해를 내는 경우를 우리는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지만, 크게 인식하지 않는 듯하다.
어떤 유형의 화재든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면 인명과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차량 보유가 늘어나면서 소방차의 출동 여건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화재, 구조, 구급 등 소방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음에도 증가된 차량으로 인한 정체현상은 출동시간을 더욱 지연시키고 있으니, 문명의 이기가 우리의 생명을 점점 더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서의 현장 활동을 총괄 지휘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신고를 받고 출동하다 보면 가장 먼저 대두되는 것이 바로 교통상황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소방차는 속수무책으로 먼 산만 바라보는 꼴이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비켜주지 않는 차량을 지나기 위해 무리하게 중앙선을 넘어 출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소방차가 등장하면 모세의 바닷길 갈라지듯 자동차들이 비켜주는 외국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그런 나라들이 차량이 적어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 산다는 높은 시민의식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소방방재청은 2010년을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10% 줄이기 원년으로 정하고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2015년까지 안전사고 사망률을 OECD 국가의 15위 이내 수준으로 감소시키겠다는 취지다.
전 국민이 소방방재청의 시책에 적극 동참하여 봄밤의 이 아름다운 풍경처럼 행복 충만한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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