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불분교장, 10여년 전 그 곳에서 20여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육지인 어란에서 불과 900m 거리건만 900m의 바닷길이 상당한 문화 차이를 느끼게 했던 곳,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가 이방인이었고 낯설기만 했던 그 곳에서 20명의 아이들은 친구요 희망이었다.
아이들 역시 다른 문화시설이 거의 없는 작은 섬 안에서 살아온 터인지라 학교가 공부터이자 놀이터였다. 그 곳에서 작은 학교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꿈을 꾸었다. 조기등교, 맞춤형 학습지도, 야학, 영어교실, 컴퓨터교실, 홈페이지 제작 강의, 섬 주민들을 상대로 한 수업공개, 학교 개방, 민원해결 등을 통해 작은 학교 아이들은 꿈틀대기 시작했고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학교가 되었다. 학교는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밤에도 불을 밝혔다. 아이들은 저녁밥을 먹은 후에 다시 학교로 모여 들었다. 처음엔 이방인이었던 나도 어불도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행복했었다. 그렇게 2년을 살다가 육지로 나오던 날 주민들에게 한마디 인사도 나누지 않고 떠나왔었다. 서운한 가슴들을 맞대기 싫어서였다.
지금도 그 아이들이 그립다. 바다를 건너다니던 아이를 발굴해 이제는 국가대표가 된 허준이, 약간 배가 나온 통통했던 경철이, 얼굴이 검어 유난히 흰자위가 하얗게 보였던 민석이, 부산에서 이사 온 선호,  그 아이들과 함께 설봉호를 타고 북한에 발을 딛었고 금강산에 올랐었다. 20여명의 아이들과 전 주민과 함께 어우러진 운동회는 축제였고 큰 학교의 운동회에 비해 뒤질 것이 없었다.
그 작은 학교의 추억을 되살려 준 작은 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전교생  25명, 한 학급의 학생수가 3명에서 7명인 작은 학교에 수업 참관 차 발을 딛었다. 그 날은 전라남도교육청지정 2013 독서·토론 선도학교 수업 공개의 날이었다. 한 학급이 4명인 2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참관하며 10여년이 지난 어불도의 추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수업 현장은 선생님의 정성어린 보살핌이 드러나 보였다. 4명의 아이들 모두가 초롱초롱한 눈을 가졌다. 아이들은 움츠려 들지 않았다. 자신의 의견을 아주 또렷하게 발표하는 훈련이 잘되어 있었고 토론의 본질을 잘 드러내 주었다. 4명을 데리고 공개한 수업은 아주 재미있었다. 나는 그 수업을 소규모학교에서의 독서·토론 모델수업이라고 평하고 싶었다.
그 뿐이랴! 학교의 이모저모를 잠깐 돌아보며 가슴에선 ‘이 아이들은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날마다 교실에 가득 찬 아이들과 씨름하며 살다가 이 아이들을 보면서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라는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작은 학교는 아름다웠다. 만일 작은 학교가 교육의 본질을 성실히 추구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다면 작은 학교는 누가 뭐래도 아름다운 곳이다.
그 동안 학교가 작다는 이유로, 경제적인 논리로 많은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교의 주인인 아이들은 학교가 문을 닫은 이유조차 모른 채 이웃의 큰 학교로 유학을 가야했고 문을 닫은 학교는 폐허되거나 매각되었다.
이런 때에 ‘농어촌교육발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도민 서명운동 선포식을 갖고 행보를 시작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소식이다.
농촌 교육을 살리잔다. 매스컴에서는 간간히 작은 학교를 살리자는 소리도 들려온다. 당연히 농어촌학교 교육을 살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반가운 소식에도 한쪽 가슴이 열리지 않음은 교육은 법이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며 지금 추진하는 법이 작은 학교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아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그 규모가 크던 작던 지간에 아이들이 행복한 꿈을 꾸며 공부할 수 있다면 그 학교가 아름다운 학교일 것이며 존재의 의미가 있다. 이번에 수업 참관차 방문했던 작은 학교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교실은 밤에도 불을 밝히고 아이들은 꿈을 꾼다고 했다. 선생님들이 훌륭한 자료라고 했다.
작지만 아름다운 학교에서 수업 참관과 협의회를 끝내고 교문을 나서며 지난 날 몇 군데의 작은 학교를 거치며 그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날들이 후회 없는 추억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돌아오던 길, 제반 여건이 열악한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정성스럽게 보살피며 함께 꿈을 꾸던 선생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드리지 못하고 되돌아섬이 서운했다. 그래서 오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건 형식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는 인사이다.
‘작은 학교가 아름다웠습니다. 행복하게 보였습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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