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세계 경제대국, 일제강점기로부터 벗어난 이후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었던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물론 우리의 경제성장은 민주주의와 함께 꽃을 피우며 지평을 넓혀왔다.
어느 순간, 촛불은 민주주의를 향한 염원이자 저항의 의미가 됐다. 촛불이 없던 시절에는 횃불이 그 역할을 했다. 그러나 횃불이 좀 더 큰 혁명적의 의미를 내포한다면 촛불은 대중적인 저항을 의미한다. 가날픈 빛, 혼자서는 너무도 좁은 세상을 밝히는 불, 그래서 촛불은 민초를 닮았고 그러기에 누구나 들 수 있는 불이다.
염원과 저항을 담은 촛불이 전국에서 밝혀지고 있다.
우리의 현대사는 집단항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광주 민주화항쟁에서부터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했던 6․10항쟁,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발했던 탄핵불복 운동, 수입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등 시대에 맞는 몸짓으로 저항해 온 역사이다.
전국으로 확산되는 촛불집회는 민주주의가 결코 한순간 이뤄지지 않음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한다. 부서간 칸막이를 없애고 모든 정보를 국민과 공유하는 3.0시대, 소통시대를 강조한다.
소통은 어떤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연장선이다. 민주주의란 국민이 주인이고 모든 것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를 말한다. 그 바탕엔 당연히 소통이 깔려있다. 소통이 없는 사회는 독재정권, 획일적인 통치를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경제대국다운 국민상을 원한다. 그러면서도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통령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 앞에선 침묵한다. 세계경제대국 9위 또는 13위라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말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파문을 기억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고 나라망신 시켰다고 개탄했던 사건, 대통령이 대국민 앞에 유감이라는 표현으로 사과를 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개인의 도덕적 해이와 국정원 사건은 하늘과 땅 만큼 사안이 다르다.
조직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행위, 경제대국에서 저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세계인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한 사건, 그런데도 침묵이다.
한때 우리사회는 간첩단 사건이 유행했다.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정적을 없애기 위해 행해졌던 간첩단 사건, 남과 북으로 갈라진 나라에서 극단의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통치는 정권을 지탱해준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쉬운 길이었다. 그 일에 앞장섰던 이가 대통령 곁에 다시 섰다. 한 시대가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세력의 축, 청산되지 않는 역사는 일제 잔재뿐만이 아닌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대한민국을 질식시켰다. 오직 경제만을 외치며 강행한 사업, 경제 대통령이 낳은 결과물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민주주의의 근저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질식시킨 사건이다. 세계 어느나라를 보든 획일화된 권력은 정보망이 가장 발달돼 있다. 그것도 국민을 향한 정보망이다.
국정원이 다시 시군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경찰 정보망이 있고 행정의 정보망이 있는데 거기에 국정원까지 나선 국내 정보망.
국정원의 역사는 정권을 유지시켜준 역사이자 독재권력을 위한 역사였다. 그러한 역사를 알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의 정기적인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시국이 어수수선하다고 판단될 때 극단적 이데올로기 사건을 들고 나왔던 국정원이 한 순간 국민의 시선에서 멀어졌다. 그러한 국정원이 대선과 함께 화려하게 다시 등장했다. 댓글이라는, 예전의 방식과 너무도 다른 행태로 등장했다. 시대에 맞게 진화된 방식.
그러나 국민들도 진화했다. 민주주의도 진화를 했고 지평이 넓혀졌다. 그것이 촛불집회이다.  
우린 역대 대통령을 기억할 때 가장 상징적인 사건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이승만 대통령은 4․19,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 전두환 대통령은 비자금, 김영삼 대통령은 3당 합당,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등.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단어와 함께 우리에게 기억될까.
촛불집회가 해남에서도 연일 타오르고 있다. 촛불은 우리사회 민주주의 척도를 재는 상징물이 됐다. 세계 경제대국이라는 나라에서 밝혀진 촛불, 생존권 투쟁도 아닌 나라의 존엄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촛불을 국민이 다시 든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여망과 투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촛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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