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의 폭염 때문에 금년 가을은 유난히 반갑다.
사람들은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요,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여름은?
나는 여름을 매미의 계절이라고 부르고 싶다. 왜냐하면 여름날의 폭염은 매미소리와 더불어 더욱 뜨거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산한 바람과 함께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와 여치가 울기 시작하니 문득 매미소리가 그리워진다. 요즘은 매미소리를 공해라고 한다.
이는 귀뚜라미와 여치의 발성은 현악기 소리와 흡사하여 부드럽고, 매미소리는 1초에 300~400회를 두드리는 타악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미소리는 종류와 크기에 따라 다르다. 작은 소리는 65~75데시벨에 불과하지만 말매미의 경우 순간 최고 95데시벨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하니 공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싶다
매미의 일생은 불완전 변태로 알, 애벌레, 성충의 과정을 겪으며 번데기 시기는 없다. 매미는 크기와 울음소리에 따라서 참매미, 말매미, 유지매미, 쓰름매미, 털매미 등으로 구분한다.
사람들은 흔히 ‘매미울음’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매미노래’라고 부르고 싶다. 이는 매미의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 사랑의 세레나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마리가 ‘찌-’하고 시작하면 주위의 모든 수컷은 암컷을 의식하여 경쟁하듯 일제히 큰 소리를 내기 때문에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내가 매미를 좋아하는 이유는 유년시절의 추억 때문이다. 어느 해 여름방학 때 하얀 깃의 교복이 유난히 아름다운 여학생을 위해 나는 매미를 잡아 주겠다고 큰 소리 쳤다. 그리고 감나무에 올라갔다 그만 가지가 부러지는 사고 때문에 오히려 그 학생의 위로를 받았던 인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비록 미물이지만 매미는 오덕(五德)을 갖춘 상서로운 동물이라고 불렀다. 입이 두 줄로 뻗은 것은 선비의 갓 끈을 상징하니 학문을 지녔고, 평생 깨끗한 수액과 이슬만 먹고 사니 맑음이 있다. 또 사람이 가꾸는 곡식, 채소, 과일은 전혀 해치지 않으니 염치를 알며, 집 없는 삶이니 검소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때 맞춰 죽음을 맞으니 이는 신의라고 일컫는다.
매미는 땅속에서 오래있다 태어나 환생이나 영생을 뜻하기도 한다. 더구나 임금님의 머리위에 앉아 있으니 관모의 익선관이 그것이다. 매미를 본떠 만든 익선관에 날개가 없으면 서리요, 좌우로 젖혀 있으면 문무백관이다. 임금과 왕자의 익선관에는 날개가 곤두섰으니 이는 정사를 논할 때 매미의 오덕을 잊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매미의 일생은 노루꼬리만큼 짧다. 땅속의 5~7년을 제외하고 나면 땅위에서는 길어야 한 달, 그렇지 않으면 열흘 남짓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사랑을 하고 미련 없이 죽음을 맞으니 이 또한 아름답지 아니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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