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내면 예락마을-집 밖 풍경

[소소하고 촌스러운 시골이야기]

세발나물 동네라 초록이 넘쳐 제비도 즐겨찾는 마을
해남최초 천주교 전래마을, 믿음만큼 정도 많은 동네

▲ 문내 예락마을은 110년 전에 들어온 천주교 성당이 있는 마을이다. 한 겨울에도 세발나물, 파 , 배추가 노지를 덮고 있어 어느 지역보다 초록이 넘치는 마을이라서 그런지 제비들이 많이 찾아온단다.

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문내 예락마을은 110년 전에 들어온 천주교 성당이 있는 마을이다. 한 겨울에도 세발나물, 파, 배추가 노지를 덮고 있어 어느 지역보다 초록이 넘치는 마을이다.
풍성한 초록이 주는 여유에 제비들도 복 받았나 보다.
“그래, 니놈이 이겼다, 똥만 좀 한군데다 싸그라”


예락리 김축식(60)·허양순(54) 씨의 집 처마에는 제비집이 4군데나 있다. 방으로 들어가는 큰 문, 각 방의 창 위는 여지없이 제비집이다.
“빈 곳도 많은데, 꼭 사람이 드나드는 곳에 집을 짓는 것은 집 좀 지을테니 잘 봐달라, 외롭지 않게 가끔은 놀아달라고 그러는 것 아니겠냐”며 나름의 해석도 더한다.
사실 김 씨는 매년 3월이면 찾아오던 제비들이 올해 한 달 늦은 4월에 찾아오자 내심 걱정도 했단다. 제비들이 찾아 온지도 벌써 40년이 가까이 됐으니 이곳에서 태어난 제비새끼들만 400마리는 족히 넘을 듯하다. 


처마 밑 제비집은 자연의 신비다. 그토록 연약한 제비가 잡초 섞인 진흙을 부지런히 물어 날라 작고 아담한 제비집을 짓는 것을 보면 그 정성에 탄복한다.
크고 웅장한 공간을 선호하는 보통의 욕심과는 달리 자기 식구들 몸 비빌 공간이면 충분하다. 성격 좋은 주인을 만난 덕에 배설물 받이도 선물 받았다. 안 쫓겨난 것이 다행일 텐데. 간혹 주인댁 신발 위에 실례를 하는 걸 보면 염치 없는 제비다. 
옛날 시골에서는 제비집이 처마에 있으면 배설물 때문에 대청마루가 지저분해져 일부러 제비집을 부수기도 했다. 그래도 내 식구 간수하기 힘든 시절에도 우리집에 복 물어오라며 너도나도 제비까지 챙기곤 했다.


김 씨의 집 옆에는 아담한 우물이 있다. 찾는 이가 없어 관리가 안 되고 있지만 마른 적이 없는 우물이다. 현재 이곳 우물은 붕어들 차지다.
김 씨가 지난해 잡아온 붕어를 둘 곳이 없어 우물에 던졌고 그 붕어는 아직도 건강하게 살아서 우물 안을 유영중이다.

 

최양금 할머니 집 마당 뒤편에도 양철로 덮인 낮고 자그마한 우물이 있다.
상하수도가 마을의 각 가정마다 보급돼 우물을 찾는 이가 줄긴 했지만, 이 우물은 예부터 동네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한 맛 좋고 깨끗한 물로 소문이 났단다. 앞마당과 뒷마당 언덕에 텃밭을 가꾸는 최 씨 할머니에게 우물은 보물이다. 매일 마르지 않는 우물 물이 콸콸 쏟아져 물을 따로 길러 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얕은 우물은 아이들에게 놀이터였다. 아이들이 가끔 보이는 개구리를 바가지로 퍼 올리면 이곳이 우물인지 바가지 속인지 모르고 눈만 꿈뻑이던 개구리는 새로운 세상에 놀라 펄쩍 뛰어 사라지곤 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시대에 사는 아이들은 우물 안 개구리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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