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면 동현마을-골목길 벽화

▲ 담벼락 균열은 스파이더맨의 놀이터가 되고 마을을 지키겠다고 나선 똘이장군도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송지 동현마을 벽화는 때로는 과감하게 담장전체를 감싸고, 때로는 앙증맞게 작은 모습으로 숨어있어 하나 같이 위트가 넘치고 생동감이 있다.

제비야 바둑아 놀자, 어른들을 위한 동화마을
똘이장군도 있고 스파더맨도 어딘가 숨어있어

마을 구석구석에 동화적이고 웃음짓게 하는 그림마을이 있다.
송지 동현마을 골목길 담장에는 아이언맨, 똘이장군이 있고 무지개도, 기린도 담장 곳곳에 숨어있다. 정말 동화 같은 마을이다.
동현마을은 사람이 떠나 생기를 잃어가는 요즘 시골마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남북방향 바닷가를 사이에 두고 어업과 농사일을 주로 하는 이곳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보물처럼 숨어 있는 재기발랄한 벽화들을 만날 수 있다.

 

2012년 이 마을 출신 김현호 씨가 운영하는 비영리 벽화 봉사단체 컨츄리 스마일팀이 다녀간 후 마을의 많은 것이 변했다. 마을은 수더분한 동네 이미지를 벗고 아기자기한, 동심이 살아나는 벽화마을로 거듭났다.
마을입구 평범한 시골가게는 동화 속 알록달록 과자가게로 변했고 담벼락을 가로지르는 균열은 스파이더맨의 놀이터가 됐다.
때로는 과감하게 담장전체를 감싸고 때로는 수줍게 한구석에 자리한 벽화들은 하나 같이 위트가 넘치고 생동감이 있다.

 

“저기 보이는 담벼락에 그려진 바닷가 풍경이 젤 멋져. 우리 집도 저런 풍경을 그려줘야지 똥개가 뭐여”라며 웃는 마을 주민들. 핀잔을 늘어놓으면서도 보기 좋은 모양이다.
통상 벽화는 단일 주제로 담 전체를 아우르는 경우가 많지만 동현 마을 벽화는 마을분위기에 녹아 있다.
네모반듯한 청년회관에는 깔끔한 꽃한송이. 처마가 모이는 곳에는 제비집이 있고, 공공장소에는 초창기 영화포스터가 눈에 뛴다. 마을 어른들을 위한 70년대 인기작부터 요즘 아이들의 영웅인 아이언맨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마을 정류장에선 항상 혀를 내밀고 있는 정겨운 강아지도 만나 볼 수 있고, 담벼락 구멍 아래선 고개를 내빈 강아지는 언뜻 실물 같기도 하다. 차로 스치듯 지나가긴 아까운 풍경이다. 천천히 마을을 거닐면 보물처럼 만나게 되는 동화 같은 그림들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특히 소나무와 함께 펼쳐지는 아랫마을 바닷가 풍경은 감성을 채워주고 여유를 느끼게 한다. 이곳은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피해를 입은 곳이기도 하다. 방파제를 타고 넘친 파도가 담장을 무너뜨리고 집안까지 들이닥친 것이다. 당시 무너진 담벼락은 보수가 끝났지만 색을 잊어버린 오래된 블록과 새로 쌓은 블록이 만나면서 상처 같은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이곳은 볕이 좋아 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항상 서너명의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이며 바다로 나가기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감성을 채워주고 여유를 주는 동현 마을 골목길에선 꽁꽁 숨어있는 그림을 찾아나서는 재미가 있다. 정말 이 마을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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