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놈의 결혼식을 앞두고 이것저것 걱정이 많아 밤을 거의 지새우고 일요일 아침 일찍 동네 목욕탕에 갔다.
사우나에서 땀을 흠뻑 빼고 지쳐 누워있을 즈음 어떤 부자(父子)가 눈에 들어왔다.
나도 아들놈만 둘이라서 다 클 동안 목욕탕에서 때밀이 아빠였다.
아들을 데려온 아빠는 아들 때를 밀어주면서 아들의 거시기를 보면서 히죽히죽 웃는다. 내가 힐끗 보니 거시기 주변에 거시기가 몇 개 나지 않은 것 같다. 中1정도였나? 그냥 흐뭇한가 보다. 하기야 나도 그랬으니 이해가 간다. 그런 모습이 옛날의 나의 모습이었나 보다. 잠시 옛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이제 그런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된다. 아비로서 못 다한 사랑과 못 다한 것들을 물려주려 한다. 아들의 아들딸에게 그렇게 하라고 아주 가끔은 눈가에 이슬이 맺힐 때도 있다.
가난이 그렇게도 싫어서 공부해야 가난을 탈피할 수 있다고 석유등잔불 밑에서 공부를 하고 아침에 보면 눈썹과 앞 머리카락이 탄 적도 많았다. 우리 집은 외져서 전기가 안 들어 왔다. 원 동네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다.
또한 사업실패 등의 고난을 겪었기에 내 아들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에게 미안하다. 허한 마음을 달랜다. 그래 세월이 흐르면 다 잊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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