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몸으로 퇴근해 돌아오면 오늘도 여전히 게임하다 인사하는 아들.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얼굴은 벌겋고 눈알은 빨간 토끼눈을 하고 있는 아들.
남편과 살면서 큰 걱정 없이 밋밋하게 살아왔는데 아들이 우리부부의 공공의 적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공통의 적이 생기면 둘만의 공감대가 형성돼 싫지만은 않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우리가족의 공감대가 생겼으니 그것이 바로 정부의 북풍몰이다. 우리 가족은 천안함 사건을 결론지을 수 없지만 일단 선거용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아들은 북한 어뢰설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있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선거날은 전철이며 버스 무임 승차제를 둬 전 국민의 투표로 정치인들을 바꿔야 한단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니 투표로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선거가 진실을 밝혀줄 수 있는 도구가 되는 양 큰 목소리로 말한다.“넌 네 할 일이나 해라. 네 할 일이 무엇이냐. 바로 공부 아니냐? 너 투표권 있어? 투표권도 없잖아! 네가 옳은 말을 할지라도 아무도 네 말을 신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아라. 세상이 네 뜻대로만 움직이지 않아.”
말을 쏟아내고 나니 왠지 유치했다는 느낌이 들어 다시 말할까 싶다가 공부도 하지 않고 컴퓨터만 하는 아들이 미워 잠시 눈치만 보고 있는데 아들이 말하기를 “공부는 왜합니까? 진실 진리를 알기 위함이 아닌가요?
난 진실을 알고 싶다고요. 천안함의 진실을, 물기둥, 스크래치, 사체들의 모습 등. 과학적 근거는 어디로 갔나요? 과학자들은 1번이라는 불확실한 증거에 왜 반박을 하지 않나요?”
“그래 네 말에 나는 공감한다 하지만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을지 누가 아니?”
소리 높여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에 국가를 진정 위하는 마음이 있음을 느끼며 “기권도 선택이란다.
어느 후보가 각계각층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
“그건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분명히 공약에 차이가 있을 거예요. 거기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요.”
정치에 관심을 갖는 아들이 밉지는 않지만 공부만 해주길 바라는 맘은 무엇 때문일까?
아들아! 지금도 엄마 아빠의 공공의 적은 사랑하는 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니?
그리고 천안함이 북한의 짓이 아닐지라도 진실을 알아낼 정보 능력이 없고 진실을 알릴만한 권력이 없음이 너무 안타깝구나!
아들은 자기신분에 맞게 공부만 하라고 하는 엄마가 미울 것이다.
그래 엄만 네가 바르게 자라고 있음을 감사한다. 단지 엄마가 욕심이 많다는 것뿐이지.
그러나 한 가지만 약속해주렴. 최선을 다해 투표를 해야 한다고 했듯이 너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다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