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자(편집국장)

명량대첩축제가 때아닌 의전 문제로 뒤끝이 시끄럽다. 이유는 군수 다음에 국회의원을 소개했다는 이유이다.
그런데 막말로 축제가 당신들의 축제인가. 우리는 축제를 보러 갔지 정치인들과 기관장들 순서 보러 간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의전 한번 따져보자. 이번 명량대첩축제에선 해군 3 함대사령관을 먼저 소개하고 다음으로 해남군수 권한대행과 진도군수, 그리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해남·진도·완도 지역구 국회의원인 윤영일 의원을 소개했다.
이에 박 위원장과 윤 의원이 불쾌감을 표시했고 특히 윤영일 의원이 김갑섭 전남도 행정부지사에게 강하게 항의해 김 부지사가 윤 의원에게 사과했다는 것이다. 또 이같은 소식을 들은 이낙연 전남지사가 부지사에게 “의전 꼼꼼하게 챙겨라”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행사나 축제든 의전은 주체 측이 먼저이다. 주최하는 측이 먼저 나와 와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함을 표하면 손님으로 초대된 사람들은 그 행사를 격려해주는 것이 의전의 기본이다.
명량대첩축제는 전남도와 해남군, 진도군이 공동 주체하는 축제이다. 당연히 해남군수 권한대행과 진도군수가 먼저 소개되는 것이다. 또 명량대첩축제는 명량대첩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행사이다. 기념사업회의 공동 이사장이 전남도지사와 해군3함대사령관이기에 해군3함대사령관이 먼저 소개된다.
지난해 명량대첩축제 의전 한번 들여다보자. 지난해도 해군3함대사령관이 먼저, 그리고 진도군수, 해남군수, 해남출신인 명현관 도의회 의장, 해남진도 양군의 군의회 의장 그리고 다음에 김영록 국회의원이 소개됐다. 군의회 의장보다 더 늦게 국회의원이 소개됐지만 아무런 말썽이 없었다. 그것이 의전의 순서이기 때문이다.
해남군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도 보자. 군수 다음에 군의회 의장, 군의원, 도의회 의장, 도의원 순서이다. 국회의원이 참석하더라도 군수 다음이다. 다만 먼저 소개된 군수가 국회의원에 먼저 인사말 하라고 양보할 수는 있다. 그것은 미덕이지 엄밀히 말해 의전순서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이번 명량대첩축제는 국회의원 의전 문제가 대미를 장식하고 말았다. 의전 문제는 전남도 축제 담당자나 축제 스텝진들에겐 때아닌 봉변이 됐고 여기에 이낙연 도지사의 불편한 심기까지 더해지면서 명량대첩축제 막바지는 살얼음판이 돼 버렸다. 
국민의당은 새로운 정치를 외치며 제3당으로 부상했다. 호남에서의 절대적 지지 덕분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정치를 외친 이들이 축제장에 와서 먼저 소개를 하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것이 맞는가. 관료주의 정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명량대첩제의 대미는 해상전투이다. 해상전투의 기본은 안전이다. 해상전투는 물의 흐름 때문에 30분 내에 마쳐야 한다.
특히 올해는 축제시기를 한 달 앞으로 당기다 보니 물 흐름이 10월과 달라졌다. 또 하루 전날 리허설할 때 물살이 셌고 다음 날 물 흐름이 거세질 것이란 예측이 일면서 의전시간을 13분으로 축소해야 했다. 당연히 지난해 행사보다 의전을 더 간략해야 할 입장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낙연 도지사만 인사말을 했다.
항간에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사말을 시키지 않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한 당의 대표가 참석했으니 서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의 상황을 고려치 않는 서운함이다. 물론 사회자가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닌 박지원 국회의원이라 소개한 점은 실수이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소란을 일으킬 필요가 있었을까. 또 의전이 중요시되고 환영사니 축사니 하는 연설이 나열되는 행사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해상전투에서 축제 진행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배를 가지고 나온 어민들의 안전이다.
그런데 어민들의 안전보다 이젠 정치인들의 의전에 초점을 맞춰야 할 판이다.
관료사회만큼 나비효과가 빠르게 나타는 곳이 또 있을까. 이낙연 도지사의 불편한 심기가 축제 성공여부를 판가름해 버렸다. 축제 실무자들에게 항의한 국회의원에게 의전에 대해 설명하라고 해야지, 왜 사과를 하라고 하는가.
격이 있고 품격이 있는 행사일수록 의전은 생략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축제장에서 의전 운운 문제가 나왔다는 것은 국회의원도 전남도도 도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야말로 관료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회의원 의전 문제가 정유년에 일어난 명량해전보다 더 큰 일이 돼버린 명량대첩축제, 내년 명량대첩축제에서 다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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