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 ③광주광역시
광주시 작은아파트 놀이터 개보수 지원 조례 마련
초록우산도 광주 진월동에 놀이터 지원사업 펼쳐
예전 같으면 삐걱대고 녹슨 놀이시설도 그럭저럭 사용할 수 있었지만, 국민안전처가 실시한 안전검사가 강화된 지난해부터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광주시는 이같은 고민에 처한 영세 아파트 주민들의 고민 해결에 나섰고, 어린이에게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광주시는 20년 이상 된 아파트 단지 중 영세한 아파트를 선정해 놀이시설 개보수 비용의 80%까지, 최고 3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례를 마련하고 지난 5월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시행규칙을 만들었다.
아파트 면적 60㎡ 이하로 자부담률 30% 이상인 아파트가 우선순위 대상이고 그 다음은 놀이터시설 전용면적이 85㎡ 이하여야 한다.
광주시는 지난 5월 관련 예산 3억원을 확보해 현재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사업 우선순위와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례 등을 제정해 낙후한 놀이시설을 지원하고 나선 곳은 지난해 전남도에 이어 광주시가 2번째다.
광주광역시 시민안전실 재난예방과 사상균 주무관은 “오래된 아파트에 가보면 철봉 하나 달랑 남아있거나 안전검사 기준에 못 미쳐 아예 폐쇄된 곳도 있다”며 “영세 주민들이 많은 아파트의 경우 예산 부족으로 개보수에 엄두를 못 내는 곳이 많다. 이에 예산을 마련하고 관련 시행규칙을 만들어 어린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나마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남군도 2010년 공동주택 지원사업(시설개선)을 통한 보조금을 지원해 150가구 이상 세대 아파트의 어린이 놀이시설 교체를 위해 8678만원을 예산을 투입해 9개소의 아파트 놀이터를 새단장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환경부의 규정에 대처한 단기적 사업임에 아쉬움이 따른다.
광주시도 해남군과 마찬가지로 150세대 이하의 공동주택이나 교육관련 기관의 놀이터에는 행정력이 닿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많은 지자체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지자체와 별도로 특정재단에서 연차적 사업으로 놀이터를 변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는 ‘놀이터를 지키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폐쇄됐던 광주광역시 남구 진월아파트 놀이터는 최근 주민들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후원으로 다시금 아이들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진월아파트 놀이터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시행된 후 30년 된 녹슨 철봉, 미끄럼틀에는 ‘접근금지’ 테이프가 붙었다, 놀이터를 유지하려면 놀이시설을 전부 교체해야 하지만 14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아파트의 관리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더욱이 당장 옥상방수와 담장공사가 시급한 상황에 있었다. 더 이상 놀 곳을 잃은 아이들은 주변 다른 아파트 놀이터를 기웃거렸다.
‘놀이터를 지키자’ 캠페인을 준비하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이 소식을 접한 후 주민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주기로 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큰 중점은 ‘주민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초록우산은 간담회를 열어 놀이터 설계에 주민들과 아이들의 의견을 모으고 설계에 반영했다.
미끄럼틀이 다수인 놀이대가 설치됐고 시소와 그네, 어른들이 자녀들을 살피며 쉴 수 있도록 담장에 벤치도 마련했다. 사업은 지난해 8월 시작해 그해 12월 안점검사를 통과해 이젠 놀이터엔 다시금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이일을 계기로 민간아파트 놀이터 개보수 비용을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광주시도 이에 ‘광주시 공동주택 내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 관리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당시 주민들은 “폐쇄된 놀이터를 보면 대부분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가 지원을 해서라도 커가는 아이들이 놀이공간에 대한 차별에 상처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