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 ⑤해남에는 어떤 놀이터가
놀이터서 위기대처 능력 배우고
놀이하며 협동심·창의력 키워야
과거 70~80년대 동네 골목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있는 어린이들의 놀이 모습은 어땠을까.
사방치기, 말뚝박기,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등과 또래 친구들과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주변에 널려 있던 모래와 나무, 흙, 돌 등의 자연소재를 이용해 놀았다. 아이들 스스로 자연이란 놀이터에서 위기대처 능력을 배우고 협동심과 창의력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키워왔다.
하지만 현재의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창의력과 협동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네와 시소, 미끄럼틀 등 모두가 똑같은 인위적인 시설 중심이고 바닥은 온통 모래뿐이다.
아이들에게 안전만을 강요할 뿐, 위기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을 키우는 데는 한 참이나 뒤처져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어린이놀이시설 안전 관리법'은 유해물질에 따른 신체적 건강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진정 놀이터가 아이들에게 주는 이점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따라서 놀이시설 안전관리 강화에 따른 안전 진단만을 통과할 수준의 놀이터만 양산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해 개장한 전남 순천 기적의 놀이터는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위험을 선물한 것이다.
순천기적의 놀이터는 아이 스스로 안전에 대비하고 놀이라는 경험을 통해 위험을 대처할 힘을 키워주려 고심했다.
이곳을 설계한 디자이너도 “오직 안전하기만 한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행동만을 강요하고 길들이며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감소시킨다”며 “놀이터는 그러한 것을 전복시키는 공간이 되어야 하며 그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남군에 필요한 것도 놀이터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해 회색 건물에 갇혀버린 동심을 살리고, 자연과 닮은 놀이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건강한 위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놀이터의 생명력은 접근성이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은 해남에 많다. 하지만 부모의 이동수단의 힘을 빌려 이동하지 않으면 안되는 공간은 의미가 없다.
지자체뿐 아니라 교육기관과 주민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해남 지역 내 학교놀이터를 둘러보면 그네 하나에 녹슨 철봉, 시소가 전부인 곳이 많다.
교육 인프라에만 신경 쓸 뿐 놀이시설에 관한 투자가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운동장과 트랙에는 유해물질이 많아 아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해남읍을 벗어나면 온통 산과 들로 뒤덮여 있지만 정작 아이들에겐 단지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도심권 아이들과 딱히 다른 환경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해남군에서 추진한 공원이나 생태공간 등 다양한 문화공간을 면밀히 살펴보면 과연 이러한 공간의 쓰임새가 무엇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가 보여준 기적처럼, 출산율 1위의 명성에 걸맞은 어린이를 위한 진정한 놀이공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