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식당·이학식당·한성정·진성추어탕·유선여관
함초박동인박물관도 약초와 남종화 갤러리 

 

 해남은 천일식당을 시작으로 남도 한식의 대중화를 일으킨 곳이다. 또 해남의 각 식당과 여관, 다방들은 지금의 남종화를 잇게 한 장소였다. 배고픈 화가들은 식당과 여관에서 무료 숙식하며 그림을 팔았고 다방에서 전시회를 가졌기에 여관과 다방, 식당의 벽은 남종화가 장식했다. 
그러나 남도문화의 한 특징이었던 남종화는 퇴색되고 있다. 옛 그림 정도로 치부돼 버린 그림, 따라서 각 식당 벽을 장식했던 남종화 풍의 그림들도 사라지고 있다. 특히 각 식당 건물들이 새롭게 리모델링되면서 남종화 그림은 사라지고 대신 사진이나 메뉴판들이 자리를 대신한다. 
해남의 문화특징이기도 했던 남종화 풍의 그림이 새롭게 조명받게 된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이다. 광주국립박물관에도 소치의 남종화 맥을 이어온 화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한 서화실이 따로 마련됐고 남종화를 다양하게 재해석하는 논문들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전남도는 내년 2018년에 전남 국제수묵화비엔날레를 열 계획이다. 남종화를 옛 그림이 아닌 남도 문화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남도의 문화로 특화시켜야 한다는 로컬 차원의 비엔날레이다.  
전남 국제수묵화비엔날레를 계기로 남종화 풍의 그림도 다시 조명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도 한식의 뿌리인 해남, 다행히 해남에는 남도의 맛을 간직한 한식집에 남종화 그림도 함께 걸려있다. 남도의 풍류가 한식과 함께해 온 것이다.

▲ 천일식당의 화전 산수화.

 대표적인 곳이 천일식당이다. 천일식당 맞은편에는 금강여관이 자리했고 당시 그림은 여관을 중심으로 유통됐다. 가난한 화가들은 여관에서 1주일 이상 거주하며 그림을 팔았는데 이들은 천일식당에서 밥을 자주 먹었다. 천일식당 주인인 김천수 씨는 배고픈 화가들에게 밥을 주고 그림도 샀다. 그러한 인연으로 천일식당 각 방에는 남종화 풍의 그림이 걸려있다.
여기서 남종화 풍이라고 일컫는 것은 소치 이후 남도에선 남종화와 북종화 풍의 그림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남종화는 수묵을 중심으로 잔잔한 산수를 그린 것이라면 북종화는 채색위주의 그림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후 남종화를 그렸던 이들도 채색을 수용했고 북종화 풍의 화가들도 남종화 풍의 그림을 많이 남겼다. 따라서 전남도는 이러한 남도의 특징을 받아들여 남종화 비엔날레가 아닌 수묵화비엔날레로 명명했다.
남종화가 풍미하던 시절, 서예도 풍미했다. 서예의 풍미로 각 가정집에도 서예 한 작품씩은 걸리게 됐다. 천일식당엔 그림과 함께 다양한 서예작품도 많이 걸려 있다.   
해남 한식집 중 서예작품으로 가게를 꾸민 대표적인 곳은 해남공공도서관 앞 한성정과 대흥사 유선여관이다. 한성정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글씨가 주다. 역사가 깊은 유선여관은 이곳을 거쳐 간 작가들의 작품이 마루 벽을 장식하고 있다.

▲ 이학식당의 대나무 작품.

 이학식당도 남종화 풍 그림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이학식당에 걸린 그림들은 주인이 직접 모은 작품들이다. 이학식당에는 북종화 풍을 그렸던 현당 김한영의 제자인 소헌 성인호 화가와 남곡 정동복의 그림도 걸려있다. 현당 김한영은 신선도 그림으로 유명했다. 현당의 신선도 맥을 잇는 이가 남곡 정동복이다. 남곡의 신선도 그림은 이학식당과 천일식당, 대흥사 입구인 전주식당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소헌은 연잎 그림으로 유명하다. 해남에 걸린 대부분의 연 작품은 소헌의 작품이다. 이학식당에서도 소헌의 연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해남군청 뒤에 자리한 진성추어탕도 그림 전시관이다. 산수화에서부터 연꽃, 새들의 군상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곳이다.  

▲ 먹거리와 함께 문화를 품은 진성추어탕의 동림 산수화.

 이러한 그림들로 인해 진성추어탕 집은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이면서도 문화 공간으로서 이미지를 갖췄다. 그림의 배치도 일품이어서 가게의 품격을 높여내고 있다. 
진성추어탕에 걸린 그림들은 대부분 동림의 작품이다. 담묵으로 처리된 산수화와 설경, 연꽃, 채색이 가득 들어간 가을 풍경 작품 등에서 느껴지는 남성적인 힘, 동림 최영생의 작품 특징이다.
특히 진성추어탕은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아닌 동림의 작품만으로 가게를 꾸민 특징이 있다. 
식당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장소 중 하나가 됐다. 가족과 직장의 회식, 손님 접대 등 현대에 이르러 식당은 공공장소로서의 성격도 띠게 됐다. 
남도의 맛을 전하는 해남의 식당들이 남도 미술의 갤러리이자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 남종화의 갤러리인 함초박동인약초박물관에 소장된 남농 8폭 병풍.

 함초박동인약초박물관도 남종화 갤러리이다. 미술 애호가인 박동인 군의원은 많은 그림을 구매해 왔다. 박물관에는 그가 소장하고 있는 그림 중 일부만 전시해 놓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주여서 눈길을 끈다.
남농 허건의 8폭 침변 병풍은 92년도에 1200만원을 주고 구매한 작품이다. 목포 남농미술관에서도 탐내는 작품이라고 한다. 소치 허련의 손자이자 미산 허형의 아들로 남종화의 맥을 이은 화가답게 8폭 병풍은 그의 그림 특징을 온전히 보여 주고 있다. 
또 송림의 산수화와 소헌, 화전, 남파, 석정의 산수화도 만날 수 있고 19세기 작품인 10폭 민화 병풍도 전시돼 있다. 
함초박물관은 다양한 약초와 약재, 함초제품 등 그야말로 약초박물관이다. 여기에 남종화 풍의 그림도 함께 전시돼 있어 꼭 한번은 들러볼 공간이다. 함초박물관에는 남종화 그림뿐 아니라 붓의 화가로 알려진 이정웅 화가의 100폭 대작과 아름다운 우리강산을 연작하고 있는 이한우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해남읍 연동에 자리한 이경인 씨 댁도 대작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집안 가득히 전시돼 있는 작품은 남종화의 대가들을 비롯해 현재 우리 화단의 큰 맥을 잇고 있는 서양화가들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곳에선 의제 허백련의 작품을 비롯해 남농, 이당, 전정, 아산, 백포, 포전 등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작품들은 50호 이상의 대작들로 이들 화가들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때 남긴 작품들이다. 그림은 미술관에 가서 봐야 하나. 해남은 식당과 여관, 다방 등이 미술관이었다. 여관과 다방이 사라진 지금, 식당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에 열리는 전남국제수묵화비엔날레, 남도의 맛과 멋, 풍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수묵화 비엔날레 장소로 특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남종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를 특화시켜 해남 남종화 관람지도 제작 등 관광객을 유입할 필요가 있다.                             

박영자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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