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안 군아와 호랑이

 

 해남군 뒷산인 금강산에는 산성이 축성돼 있다. 금강산에 축조된 성이라 해서 금강산성으로 불리는 이 산성 안에 군아라는 떠꺼머리총각이 살고 있었다.
군아는 대한제국 중추원의관을 지낸 만석꾼 민경호 소유의 삼나무 숲 산지기였다. 
민경호가 이름도 성도 없는 그를 군아로 부른 것이 이름이 됐다.
6·25 전까지 성 안에서 살았던 군아는 큰 키에 힘이 장사였지만 매우 순진했다. 성도 이름도 없었던 군아는 고아였기에 삶이 고독했던지 산속 호랑이와 친구가 됐다. 군아가 호랑이와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는 이야기는 당시 해남읍에 회자됐고 지금도 80세 이상 노인들은 산성안 군아를 본 적이 있고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산성안 군아는 금강산 안에 있던 산지기 집에 살면서 땔감을 해남저자거리에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군아가 땔감을 팔기 위해 마을로 내려올 때면 호랑이는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당시 호랑이는 가장 무서운 짐승이었고 또 그 당시 초당골 초당 옆 평상 바위에서 잠을 자던 초당집 산지기 아들을 호식한 사건도 있어 사람들은 호랑이를 보면 기겁을 했다. 따라서 군아는 마을로 내려올 때면 호랑이를 산에 남겨 놓았고 호랑이도 군아의 지시를 따랐다고 한다. 대신 호랑이는 군아가 나무를 다 팔고 산에 오를 시간이 되면 마중을 나왔고 둘은 다정히 산성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6·25사변 이후 산성안 군아와 금강산 호랑이의 행방은 모연해졌다고 한다. 군아가 사라진 후 사람들은 떠꺼머리에 긴 수염, 의복이 남루하고 키가 큰 사람을 보면 대뜸 산성안 군아같다고 말했다.

 산성안 군아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적어도 90세 이상은 됐을 것 같다. 
필자는 산성안 산지기 군아를 본적은 없고 어려서부터 관련 이야기만 들었다. 또 20대에 7년간 장발에 수염을 길렀는데 사람들이 필자를 보고 산성안 군아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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