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마을 윤영운 할아버지
선조들 따라 50년 정원 가꿔
해남읍 연동리 윤영운(84) 할아버지의 정원에는 50년 세월이 묻어있다. 산에서 캐온 귀한 야생화며, 예쁜 조경석, 몸에 좋다는 나물들이 정원에 한 가득이다.
돌 하나, 돌 틈 사이에 핀 꽃 하나 모든 것에 할아버지의 감각이 묻어있다. 텃밭 둘레에 꽃을 심고 돌을 동그랗게 쌓아 동산도 만들었다. 돌 틈 사이사이에는 꽃이 핀다. 정원에는 다람쥐가 산책하는 작은 오솔길도 있다.
할아버지가 좀 더 활동적이었을 때 산에서 가져온 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오리, 돼지 등 동물 모양 돌들이다.
해남읍 연동마을은 대부분의 집이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다. 정원을 가꿨던 고산 할아버지와 종가 어르신들의 영향으로 모두들 정원을 소중히 여긴다. 이에 윤영운 할아버지도 자연스럽게 정원을 꾸몄다.
윤 할아버지는 50년 전 연동마을에 집을 구입하고 새롭게 단장했다. 한 살 터울 아내와 함께 이 집을 가꾸며 아이들을 키웠다. 고택은 이제 노부부가 한적하게 노후를 보내는 쉼터다. 마당 한 켠에 심은 은행나무는 50년 세월이 지나 아름드리나무가 됐다.
할아버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마당에 나와 꽃을 바라본다. 마당 곳곳에 놓인 널따란 돌은 윤 할아버지가 앉아 쉼을 얻는 장소다.
앉아서 어여삐 핀 꽃들을 보고 금세 자란 풀들을 뽑아주며 정원을 가꾼다. 올봄에도 벌써 정원의 풀을 두 번 맸다.
할아버지는 어려서부터 나무를 좋아했다. 18살 때 감나무 묘목을 산에서 캐다가 접을 붙여서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줄 정도로 탁월한 접기술을 가지고 있다. 꽃은 나눠봐야 한다는 신념으로 젊을 적부터 지인들에게 꽃과 삽목한 나무를 나눠주곤 했다.
마당의 나무들은 세월의 흔적이 배여있다.
10년 전 심은 산당귀는 향기가 너무나 향긋하다. 들에서 보기 귀한 제비쑥도 몇 해 전에 심었는데 이젠 군락을 이뤄 매년 인절미를 해서 먹는다. 30년 된 붉은 목련과 하얀 목련도 고고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화, 장미, 옥매화, 야생화, 밥튀꽃, 수선화, 작약, 천연비자나무, 라일락, 돈나무 등 그 종류와 색이 각양각색이다.
마당 한 켠에는 몸에 좋은 나물이며 반찬거리도 한 가득이다. 신경통에 좋은 나물, 산당귀, 반두나물, 둥굴레며 미나리, 방풍, 취나물, 더덕도 있다. 닭도 몇 마리 키우는데 부부는 계란이 많아 다 먹지 못한단다.
봄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겨울까지 정원에는 꽃이 피어난다. 그중 6월이 가장 예쁘다. 정원 곳곳에 목단이 자리하고 있어 만개하는 6월이면 그 향기와 풍채가 어마어마하다.
윤 할아버지는 이제 정원에 나무, 꽃을 새로 심기보다는 지금의 것들을 가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50년간 심고 가꾼 정원에는 세월의 흔적이 있다. 할아버지의 삶에 동반자가 된 정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