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뒹굴 몸으로
힘겨운 밭일 하시다가
오일에 한번 장날이 열리는 날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면
허한 속이 든든할 것 같다고
마음 먼저 장터에 가 계시던
아버지
해찰 부린다는 어머니의 타박과
흘긴 눈이 제자리 찾아들면
쇠스랑 밭가에 던져두고서
구부정한 허리 뒷짐 지고
잰걸음으로 장터를 향하시던 모습
흙 묻은 주머니 속에는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두 장이
손 탈 것을 기다리고
안주도 없이 막걸리 서너 사발
숨도 고르지 않고 마시다가
어머니와 나, 저녁 찬거리로
간 고등어 한 마리 뒤적거리며
빈 호주머니 만지작거리다,
발등만 바라보다가
흰 고무신에 흙 먼지 폴싹 앉는 길
취기 빌려 육자배기 가락을
빈손 대신 저녁 답에 풀어 놓으시면
밭 언저리에서 종종 걸음 치다
온 몸으로 신작로를 끌어당기던
어머니
한국 수필 등단 / 한국 예총(예술시대) 작가회 시 등단 / 한국 문인협회 회원 / 남양주 문인협회 회원 / 남양주 지역 초등학교 논술 8년 지도 / 시집-사랑으로 가는 길은 지름길이 없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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