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를 켜 놓고 잠들어 뱃속이 안 좋다는 소리를 연거푸 세 번 “ 어이 자네가 밤새 휴대폰을 켜 놓고 자서 뱃속이 안 좋네야. “ 한다. 난 속으로 ‘이 사람이 치매인가?’ 하면서도 가타부타 말하기 싫어 ‘응~ 그렇게 계속 선풍기를 휴대폰으로 야그혀라’ 하면서 남편쪽으로 등을 돌려 누우며 “거기 거기!” 보여줘도 벌레 물려 가려운 데를 못 찾는다.
순간 남편 눈이 딴 곳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오기에 “성의껏 좀 긁어 뭐해?”
뱃속 안 좋다 하면서도 텔레비전을 보며 “저런 아가씨라면 성의껏 긁지 말라 해도 긁는다.”
“그럼 아가씨라 생각하고 잘 좀 긁어 봐” 해 놓고는 등을 획 돌리며 “자기 만나 쪼그랑망탱이가 되었고 이 고생이지. 나도 처녀 땐 개란데 없이 살았어! 왜 이러셔.”
모기장 속에서 티격태격 등 긁어달라면서 오가는 신랑과의 대화다. 무지 고생하고 사는 각시 등은 안 보이고 텔레비전 열심히 들여다보며 꿈틀거리는 기미를 즐기는 남편을 보고도 ‘그런갑다’ 하고 너그러워지려면 나이 쉰셋은 되어야 하나보다
여자는 남자가 가렵다 할 때 가자미 눈 떠가며 옷 훌떡 뒤집어 놓고 팍팍 피나게 긁을지라도 딴 곳은 주시하지 않는데….
문득 자기 여자가 모진 고생하며 간호한 끝에 어느 정도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 예쁜 간호사가 링거 주사 놔준다고 팔뚝을 만지자 자기도 몰래 그것이 불뚝 솟더라는, 그래서 다시 남자가 된 듯 면도를 깨끗이 하고 환자복 바지 하나 새로 달라는 말을 그만 “바다 하나 주세요” 했다는 오탁번 시가 떠오른다.
하기사 나도 지난 번 진도 갔다가 간제미회가 하도 맛있어 “간제미 한 사라 더 주세요.” 한다는 것이 “사라 한 접시 더 주세요.” 했다.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눈이 반짝 반짝 빛나고 총명하게 생긴 총각이 가슴 벌벌 콩콩 발발 떨게 했던 그 옛날 나를 진실하게 만들었던 그 사람의 아들이 아닐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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