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저희 내일 휴가 떠나는데, 우편물이랑 우유 좀 부탁할게요.”
“어머나, 그러세요! 좋으시겠다.”
바삭하게 구워 내미는 과자 접시를 받아들며 “잘 다녀와요. 여긴 걱정마시구요”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본다.
창 너머 숲 포플러나무 꼭대기엔 조각구름이 걸려있고, 참매미, 쓰름매미는 푸른 여름을 노래하는 조금은 나른한 오후에 과자를 바삭거리며, 무한한 상상을 펼쳐본다. 발리가 아님 어떠랴. 지난 여름의 추억도 좋고, 하얀 찔레꽃 같은 어린 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좋아. 내 맘은 벌써 단발머리 소녀가 되어 바다에 나간 아버지 점심도시락을 들고 집을 나선다.
들길 따라 지천에 홀로 피어나는 이름 모를 꽃들에게 눈길을 건네며 작은 걸음걸음마다 추억을 담아 내 아버지의 상념의 바닷가로 향한다.
저기 아버지가 보인다.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봉초담배연기를 피워내며 낚싯대를 드리운 내 아버지…. 걸음을 재촉한다. 쉰둥이 막내딸의 작은 손에 들린 보자기를 받아들며 “강아지 왔는가.” 아버지의 환한 목소리와 함께 잿빛 수염이 딸을 반긴다. 콩 넣은 보리밥 된장과 마늘 풋고추 그리고 밥 위에 얹어 쪄낸 고추무름 무침.
딸에게 대나무 낚싯대를 쥐어 주고 당신은 문저리 몇 마리를 꺼내어 바삐 도마 위에 얹는다. 손질한 문저리살에 된장을 조금 얹어 내 입에 쏘옥 넣어주신다. 오물거리며 난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아부지 걸렸다 문저리”
“오냐 오냐 고놈 아부지가 꺼내주마.”
힘줄이 솟아 오른 당신의 그 까맣고 여윈 손은 쉴 새가 없었지. 어린 딸은 재잘재잘 쉴 새 없이 어버질 부르고…. 해가 뉘엿뉘엿 기울면 딸을 뒤에 태운 아버지의 낡은 자전거는 풍경소리를 내며 힘차게 동그라미를 그린다. 여윈 당신의 등 뒤에 얼굴을 묻고 집을 향하던 소녀는 지금도 당신의 포근하고 낮은 숨소리가 몹시도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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