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빨간 깃발이 달린 말뚝이 군데군데 박히는가 싶더니 크고 우람하던 멀구슬나무 가로수는 댕강댕강 잘려나가 그 흔적을 감추고 어느 사이 흙먼지 날리던 자갈길 신작로는 아스팔트 포도로 바뀌었다.
지난여름 고향길, 13번 국도는 고속화되어 멀찌감치 동구 밖을 휘돌아 가고 그 옛날의 신작로 멀구슬나무 가로수가 서있던 자리에는 작달막한 키의 예쁘장한 활엽수가 신작로 좌우로 나란히 심어져 있다. 빨간 모자에 예초기를 짊어진 모양새가 아마 가로수를 관리하는 일을 맡은 사람인가 보다. 처음 보는 가로수의 이름이 궁금하여 차를 세우고 한참을 기다리다 물었다.
“아저씨! 그 나무가 뭔(무슨) 나무요? ”“이거요? 먼나무요.”“아니 그 나무가 뭔 나무냐고요.”“아, 이것이 먼나무란 말이요.”날 더운데 말 시킨다고 딴 소린가 싶어 무척 마음이 상한다. 하지만 궁금증은 그 자리를 쉬이 떠날 수 없게 한다. 다시 물었다.“아저씨 그 나무 이름이 뭐예요?”“아 이거 먼나무란 말이요. 몇 번을 물어 보까? 더와 죽것 구만….”
“아 그게 아니고요. 그 나무가 하도 좋아보여서 이름을 알고 싶어 물어 보는 겁니다.”“아 글쎄 이것이 먼나무여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네에”하고 말았지만 궁금증은 더더욱 나를 덥게 만든다. 얼른 손 전화를 꺼내들고 단축키를 눌렀다.“아야 검색 좀 해보고 전화해라.‘먼나무’라고 있는지”
잠시 후 전화벨이 울리고 애교스러운 딸내미의 목소리,“쌍떡잎식물 무환자나무목 감탕나무과의 상록교목. 가지는 털이 없고 암갈색….”허허‘먼나무’가 있긴 있는가 보구먼….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