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버스 안에서였다. 연세 지긋하신 점잖은 부인이 올라탔다. 부인의 손에는 푸른색 가방이 들려있었고, 자세히 보니 두어 달 전에 노점에서 5천원에 구입한 내 가방과 흡사했다. 그런데 어제 또 버스 안에서 내 옆자리에 공교롭게도 그 점잖은 부인이 앉으셨다. 마침 나도 그 싸구려 가방을 들고 있었고, 그 부인도 며칠 전 그 가방을 들고 있었다. 부인은 내 가방을 의식하셨는지 자꾸 내 가방을 흘끗거리더니“그 가방 얼마 줬소?”하고 물으셨다.“네? 아, 이 가방요? 아주 싸게 샀는데 가볍고 좋네요. 수납공간도 많고, 그러고 보니 아줌마도 저하고 가방이 똑 같네요”라고 말하자 그 우아하고 점잖아 보이던 부인의 얼굴이 순간 확 변하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리셨다.“저렇게 짝퉁 들고 댕긴 사람들 땜시 나같이 진짜를 갖고 댕긴 사람들 것까지도 짝퉁이라고 한당께.”
그 말을 듣고 보니 바느질이 엉성한 가방과는 많은 차이가 났다.
부끄러워진 나는‘아줌마, 저는 아줌마 가방이 뭔지 모르지만 그냥 가볍고 쓰기 편리해서 산 것 뿐이랍니다. 명품 흉내고 싶어서 산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빨개진 얼굴만 두 손으로 감싸고 창밖만 내다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샐러리맨의 아내다. 그러니 명품 같은 것은 꿈도 못 꾼다. 아니 안 꾼다. 그렇다고 명품 들고 다니는 것을 흉내 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런 내게 사람들은 말한다.“인제 그 나이 됐으니 제대로 된 것 하나 장만해라.”그럼 내가 가진 물건은 다 몹쓸 물건이란 말이던가? 내가 그리 초라해 보이더란 말인가? 싸고도 좋은 물건 널렸다. 내가 쓰기 편하고 좋으면 되지 왜들 그리 안달인지 모르겠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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