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엔 농사지을 땅 한 마지기도 없는 집에서 자라다보니, 논이 있고 밭이 있는 집 내 또래 아이들이 한 없이 부럽기만 했었다. 그래도 고만 고만한 살림살이에 너도 나도 어렵게들 살아서 인지,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애틋한 인정들이 살아 있어서 길을 걷다가도 구걸하고 앉아 있는 노인이나 아이들을 볼 때면 그냥 지나치기가 미안해서 나도 몰래 주머니를 뒤지곤 한다.
그럴 때면 같이 걷는 아내가 옆구리를 팔로 쿡 찌르면서 한마디 한다. “저런 사람들은 뒤에서 다 뜯어가는 조직이 있답디다. 그러니 당신이 돈을 준다 해도 저 사람들 몫은 아닐 테니, 주지 맙시다.” 이렇게 나를 말린다.
나도 아내가 말리는 일을 굳이 하기가 뭐해서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어쩔 땐 손에 잡히는 동전을 바구니에 던져 넣기도 한다. 그래봤자 몇백 원일 경우가 많고, 많아봐야 천 원이다. 그러면서도 남을 도왔다는 마음은 드는가보다.
언젠가 혼자 생각해보니, 나는 몇 푼이라도 주겠노라고 주머니를 뒤지고, 그런 나를 아내가 말려서 안 주고 그냥 간 일이 있었다. 생각해보니,”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는 주려고 하는 착한 행실을 하고, 그걸 말리는 아내는 나쁜 사람? 결국은 이렇게 되는 모양새가 되기에, 아차 이건 아니다, 내가 아내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런 뒤로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주저없이 잔돈이 있으면 줘 버리고 만다. 없으면 말고…. 내 생각에는 혹여 그런 사람들을 뜯어 먹는 조직이 있다 해도, 그렇게 구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측은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다.
더욱이 노인이 그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인생길에서 낙오하여 저러도록 내 몰렸다는 것이 측은하다. 나도 나이 들어서 어떤 상황이 올지는 장담을 못하지만….
옛날에는 너도 나도 가진 것이 없어서 출발점이 비슷한 상황이라, 열심히 노력하면 상대적 빈곤은 느끼지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빈부차가 벌어져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헤어날 수 없는 가난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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