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모교인 해남동초등학교에 부임을 했다. 교장선생님께서 축구부를 담당해달라고 말씀하셨을 때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많이 망설였다. 6학년 담임과 학교일 그리고 축구를 한꺼번에 맡는 것은 너무 힘이 들 것 같았다. 고심 끝에 한 번 부딪혀 보자는 마음으로 축구부를 맡기로 했다.
30여명의 아이들과의 첫 대면, 어색하고 낯설기는 아이들도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이틀, 사흘, 날마다 방과 후 운동장에서 연습하고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과 환호가 교차했다. 그러면서 점점 축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과 함께 농담도하고 장난도 치면서 거리를 좁혀갔다. 그렇게 우린 스승과 제자를 떠나 한 가족이 되어갔다. 가슴으로 낳은 30여명의 아이들이 생긴 것이다. 그래 너희들은 내 아들들이야.
내 아들들아, 너희라고 왜 놀고 싶지 않았겠니? 그래 그때는 말하지 못했어. 미안해. 주말이면 엄마랑 아빠랑 손잡고 놀이공원도 가고 여행도 가는 친구들 보면서 부러워하던 너희들 마음 알아. 한창 부모님 품에서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 축구부 합숙소에서 친구와 선·후배들 틈에 끼어 군대 같은 엄한 규율 속에 살아야 했던 너희들의 고된 생활을 왜 몰랐겠니? 아빠는 너희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 뭉클한 가슴에 괜히 하늘을 올려보며 담배만 피워댔었지. 그때는 그래야 했어.
그리고 애들아, 고마워. 겨울 추위보다도 더한 꾸지람에도 꿋꿋이 버텨준 너희들이 정말 고마워. 살을 에는 추위도 너희들의 축구 열정이라면 녹일 수 있을 거야. 겨울을 버텨내지 못한 식물은 봄이 와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없단다. 가만히만 있어도 피겨여왕 김연아가 되는 건 아니야. 아마, 흘린 땀방울로 얼음판을 만들 정도의 노력이 있었을 거야. 지금은 비록 조금 힘들더라도 너희들 가슴 속에 품은 꿈을 생각하며 힘든 과정을 이겨내 보자.
“저는 박지성처럼 훌륭한 선수가 될래요!”
“저는 차범근보다 더 멋진 선수가 될래요!”
“저는 박주영처럼 세계적인 선수가 될래요!”
“저는 최고의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될래요!”
그래 너희들의 꿈은 이처럼 크지 않니?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도 축구화 끈을 꽉 조여야 하지 않겠니?
나의 아들들아! 운동을 하면서 항상 즐거울 수는 없단다. 그냥 쉬고 싶은 유혹도 있고,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고비도 올 수 있으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생길 수 있단다. 하지만 어려운 과정을 이겨낸 후에 오는 영광들을 생각해 보자. 꿈을 이룬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너희들의 뒤를 이을 후배들에게 목표가 되고 꿈이 될 너희들의 늠름한 모습들을 상상해 보자.
나의 아들들아, 모든 일은 희생과 노력의 대가 위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란다. 지금 상황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열심히 하자.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다 보면 머지않아 너희들의 꿈이 이루어질 날이 올 거야. 너희들의 희망을 인생의 골대 안으로 넣는 그 순간까지 해남동초 축구부 파이팅!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