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꽃차·장아찌 만들기
옥천면 대산마을 장미옥씨
옥천면 대산리 가장 꼭대기 집에는 숨겨진 정원이 있다. 꼭대기까지 올라서야만 볼 수 있는 이곳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 장미옥(64)씨가 오랜 세월에 걸쳐 조성한 정원에는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당에 나무는 무성한 녹음을 자랑한다.
정원과 어우러지는 최갑규‧장미옥 부부의 집은 고택이다. 오랜 세월이 고스란히 새겨진 마루와 서까래가 눈에 띈다. 소박하면서 정갈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부부는 이 집과 닮아있다.
장씨는 우연히 친지와 여행 왔던 해남에 시집을 오게 됐다. 해남에서도 오지마을인 대산리에 시집온 도시 처녀는 자연을 벗 삼아 살았다. 봄이면 들판으로 산으로 나물을 캐고, 꽃을 가꾸며 재미난 일상을 보냈다.
장씨는 “시골에서 심심하니까 자연아 너랑 나랑 살자고 했다. 혼자 재미 삼아 마당을 가꾸게 됐다”고 세월을 회상했다.
장씨는 꽃차와 장아찌를 만드는 게 취미다. 봄이 되면 까치발을 들고 뛰어다닌다. 산을 다니며 고사리, 취나물, 쑥, 장아찌, 뽕잎, 두릅, 다래, 개두릅 등을 딴다. 나물이나 장아찌, 효소를 만들고 연꽃, 감꽃, 매실꽃, 녹차를 따다가 차도 만든다. 나누는 걸 좋아하다보니 정성 들여 만든 것도 지인들에게 많이 나눈다.
장씨는 자연이 좋다. 아름다운 게 좋고, 사람도 마음씨 예쁜 사람이 좋다. 손님 대접하기를 좋아하는 그의 집에는 늘 예쁜 접시, 찻잔, 맛있는 꽃차가 준비돼 있다. 사람들이 이무롭게 들러서 차 한 잔 마시고 간다. 집주인의 솜씨가 좋아 연꽃차, 꽃차를 맛볼 수 있다. 또 곶감도 직접 만들어 맛이 일품이다.
마당에는 작약, 철쭉, 천리향, 동백, 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자랑한다. 나무들은 장씨가 직접 삽목한 것으로 예쁜 나무도 많이 만들었다.
주변 지인들은 장씨가 죽어가는 나무도 잘 살려내니 나무를 많이 나눠준다. 힘없이 시름 앓던 나무도 장씨를 만나면 신통하게 다시 살아난다. 장씨는 나무를 가꾸며 말을 걸기도 하고 쓰다듬어준다. 올해는 농사일로 바빠 자주 못 들여다 봐줘서 미안하단다.
마당에서 장씨가 제일 좋아하는 나무는 30년 이상 묵은 동백나무다. 시집올 때 시숙님이 준 나무를 그동안 잘 키워서 커다란 나무가 됐다. 그 옆으로는 장씨가 논에서 예쁜 돌을 찾아 경운기에 실어 가져다 놓은 것이 자리하고 있다.
장씨는 여전히 소녀 감성이 풍부하다.
그의 정원에는 요소요소 구경거리가 많다. 벽에 걸린 선인장, 화분마저 멋스럽고 호미와 채도 작품이다. 빽빽이 모아 놓은 장독대도 근사하다. 40여 개 장독대가 줄줄이 서 있는데
, 독 안에는 장씨의 솜씨가 들어있다. 크기가 제각각인 장독대들은 마을 할머니들이 이사 가면서 장씨에게 주신 것들이다. 알뜰살뜰하게 잘하다 보니, 할머니들에게 예쁨을 많이 받았다.
아내만큼이나 남편 최갑규씨도 마을을 살뜰히 살펴왔다. 18년 동안 이장을 하면서 마을길을 포장해 버스가 마을까지 들어오게 됐다.
부부는 농사도 크게 짓는다. 벼, 고추, 깨, 콩 등 많은 농사를 지으며 바쁘게 살아간다. 취나물, 당귀, 상추, 고추도 먹을 만큼 하우스에 심어 자급자족한다. 마당 한 켠에는 겨우내 화목보일러에 떼는 장작이 높게 쌓여있다. 남편 최씨가 산에서 나무를 해 부지런히 재 놓은 것이다.
부부는 자연과 벗 삼아 살아가고 있다. 부부의 애정이 어린 정원에는 행복한 꽃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
예쁜정원 제보전화 : 해남우리신문 536-2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