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접고 고향서 전원생활
북평 산마리 이수홍·문송임 부부
북평면 달마산 자락 아래 위치한 부부의 집은 평화롭다. 하얀 집과 노란 장미, 종려나무가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제주도의 한적한 펜션에 놀러 온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집은 이수홍(73)‧문송임(67) 부부가 손수 가꿨다.
작은 텃밭에 먹을 채소를 심고, 마당에 꽃과 나무를 키우며 자연과 벗 삼아 사는 삶. 인생의 노년에 행복을 찾았다. 부부는 3년 전 고향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부부의 삶에는 감사와 행복이 넘친다. 굽이굽이 돌아보면 힘들고 아픈 일들이 많았지만 신앙생활을 하며 그 힘든 세월을 이겨냈다.
부부는 20여 년 전 서울에 올라갔다. 아이들 교육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빈 주머니로 떠났던 서울살이는 쉽지 않았다. 이 넓은 서울 하늘 아래, 내 집, 땅이 없어서 설움도 많았다.
매일 새벽 3시 반이면 가락시장에서 야채를 사다가 길가에 자리를 펴고 팔았다. 늘 싱싱한 채소만 팔다 보니 단골이 늘었다. 거리에서 7년 동안 채소를 팔면서 신앙생활도 열심히 했다. 사정이 나아져서 조그만 가게를 얻어서 일을 하려는데, 그 찰나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청각장애를 얻었다. 아내는 허리를 다쳐서 수술을 받았다. 고난이 많았지만 살아서 감사,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했다.
부부가 고단했던 서울살이를 정리하게 된 것은 자녀들 덕분이다. 자녀들은 가난을 벗어나려 노력했던 부모님의 고생을 알기 때문에 공기 좋은 시골에서 살도록 집을 지어줬다.
부부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산다. 눈만 뜨면 밖으로 나가 정원을 가꾸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산에 가면 고사리, 취나물, 엉겅퀴, 두릅이 있고 바다에는 고동, 게, 숭어 등이 있으니 부지런만 하면 먹을 게 널려 있단다. 산마마을에 사는 부부는 달마산을 등산하기도 좋고 마을민들도 좋아 시골살이에 만족한다.
이씨는 “시골에 내려오니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 시골에 내려와서 너무 좋으니 주변에 오라고 소개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부부의 애정이 담긴 장소는 정원이다. 남편 이수홍씨는 아침이면 마당에 나와서 청소를 한다. 잔디밭 위에 떨어진 나뭇잎을 빗자루로 쓸어 언제나 깔끔하다. 그동안 마당에 잔디를 키우려고 풀과의 전쟁을 벌였다.
마당에는 큰 종려나무 4그루와 노란 장미, 엉겅퀴가 눈길을 끈다. 패랭이꽃, 수국, 백합, 철쭉, 야생화 등 다양한 꽃들이 연달아 피어 마당에 생기를 더한다. 향긋하고 달콤한 꽃향기에 벌과 나비도 많이 쉬었다 간다.
마당에는 과실수도 많다. 사과, 배, 모과, 복숭아, 단감나무, 대봉, 블루베리, 보리수, 꾸지뽕 등이 있다. 작년에는 굵직한 사과가 많이 열어 맛있게 먹었단다. 사과나무 두 그루를 연결시켜 둥그렇게 작품도 만들었다. 선산인 화산 관두산에서 캐온 동백나무는 이씨가 가장 아끼는 나무다.
서울에 살 때 시골에 휴가 왔다가 선산에서 캤던 나무로 7년 동안 애지중지 키웠다. 토종동백이라 꽃이 잔잔하고 수수해 예쁘단다.
아내 문송임씨는 봄부터 서리 올 때까지 피는 빨간 허브 꽃이 좋다. 요즘 한창 피어 미모를 자랑하는 패랭이꽃도 좋단다. 텃밭에는 가지, 옥수수, 고추, 대파, 열무, 도라지, 더덕, 당근을 키우며 부지런히 수확해다가 반찬거리를 한다. 닭도 11마리 키운다.
부부는 “처음 서울에 살 때 비가 오면 지하방이라 고인 물을 퍼냈고 화장실은 역류했다. 세상엔 욕심이 끝이 없는데 밤낮없이 해도 제자리여서 그렇게 힘들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시골에서 우리가 먹을 채소를 키우며 신앙생활 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원생활을 하며 매일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부부. 부부의 정원에는 삶에 대한 감사와 행복이 넘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