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제 운영
갈등조정, 투명한 정보 행정 신뢰
서울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갈등이 발생하는 곳 중 하나다. 뉴타운사업, 각종 도로, 아파트, 산림 등 공공개발사업에 따른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분쟁의 과정을 겪으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했고 갈등문제의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서울시는 2012년부터 갈등조정담당관 제도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공공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관리하고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바로 ‘갈등조정관’이다.
갈등조정관이 다루는 갈등은 층간소음이나, 쓰레기 불법투기, 주차장 문제 등 일반적인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최소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서울시의 대형 프로젝트에 활동하는데 시책사업이 진행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서울시는 민간 출신을 임기제 공무원 5급 지방행정 사무관으로 임용하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거나 발생 중인 시책과 사업에 그들을 전면 배치한다. 이들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미 곪아버린 갈등의 봉합보다는 선제적 대응을 우선시 하는데 이는 예방중심의 관리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대인 이경순(58) 조정관은 2013년부터 민간 갈등조정센터를 운영하는 등 갈등문제에 있어 베테랑이다. 조성배(45) 조정관은 난곡 재개발 현장에서 개발논리에 밀려 갈 곳을 잃은 사회적 약자들을 보면서 갈등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유학을 거쳐 공생기반연구소장을 거치는 등 도시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를 해왔다.
조성배 조정관은 “시책 등을 살펴보면 갈등이 예견되는 사업들이 있다. 사업을 진행하는 부서에서 먼저 공문을 보내 자문을 구한다. 보통 SOC사업에 있어 이권이 발생하거나 또 장애인복합센터와 같은 꺼리는 건물 등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많은데 이는 공론화를 통해 대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철저하게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직업군인 출신으로 30대인 신환창 조정관은 구청에서 감사담당관으로 일하면서 갈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가장 중점을 두는 방안으론 공론화를 강조했다.
신 조정관도 갈등에 있어 예방을 가장 중시하는데 특히 분쟁 당사자들이 협상테이블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갈등해결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서울시가 전문 조정관을 두는 이유는 공무원의 순환보직 때문에 장기사업에 따른 갈등해결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갈등조정관은 하나의 사회적 갈등이 서로 합의를 이룰 때까지 장기적으로 현안을 다룰 수 있어 분쟁당사자들에게도 신뢰가 높다. 공공사업에 따른 갈등에 있어 행정 주체가 신뢰를 받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들은 신뢰를 최우선으로 한다.
신 조정관은 주민과 행정, 주민과 주민 간의 분쟁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선 공론화가 중요한데 이유는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이란다.
서울시 전문 조정관들은 특히 SOC사업은 이권 때문에 민원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이는 투명한 정보전달과 민관 간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맺음으로써 일정부분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힌다. 또 민간 조정관제도는 좀 더 세심하게 현장을 들여다보고 정책만으로 되지 않는 감정의 부분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울시의 공론화와 신뢰의 중요성은 ‘공공갈등 인식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갈등관리 방향을 점검하고 향후 갈등관리 정책수립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시민들은 ‘서울시 공공갈등의 전반적 심각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심각하다고 보고 있었으며 우리사회 공공갈등 발생의 주요원인을 제도적인 문제가 아닌 ‘신뢰나 소통 등 의식적 차원의 문제’로 보고 있었다.
해결방안에 대한 응답으로는 ‘제3자를 통한 조정과 화해시도’가 가장 높았지만 이는 하락세(17년 55%, 18년 52%, 19년 48%)를 보이고 있으며 반대로 ‘끝까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지속적인 상승세(17년 22%, 18년 26%, 19년 32%)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정책 수립 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렵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3년간 꾸준히 증가(17년 34%, 18년 40%, 19년 35%)하고 있다.
즉 갈등관리 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며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으로 시정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길이 갈등해결에 핵심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경순 조정관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도시들이 갈등문제로 힘겨워 하고 있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제3의 조정기관이 필요하지만 제3기관은 갈등의 본질을 디테일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갈등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처음 막무가내식의 반대도 그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교류하고 투명한 정보가 전달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며 “갈등해결의 첫발은 서로 같은 테이블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