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운영하는 소통방도 54개소
광주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민 A씨는 위층과 층간 소음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에 참다못해 관리사무소와 경비실에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위층은 보복소음으로 응답했다. 1년 여간 지속된 소음에 A씨는 광주시 마을분쟁지원센터를 찾았고 아파트 소음은 센터의 화해 중재로 해결됐다.
광주시에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와 소통방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간으로 이웃간 갈등 및 분쟁 해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곳은 2015년 주민들 간의 사소한 갈등을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뜻에서 설립됐다. 사소한 다툼이 법적분쟁으로 이어지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여보고자 하는 움직임에서이다.
마을분쟁지원센터와 소통방은 생활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을 법한 갈등을 다루는데 주로 주차, 소음, 쓰레기 불법투기, 누수, 흡연 등이다.
그동안 해결된 갈등들을 살펴보면 월산동 A씨는 주야 2교대로 근무를 하는데 옆집 할머니의 애완견 짖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에 마을분쟁센터는 집주인이 없을 때 애완견이 분리불안이 심해진 것을 확인하고 화해조정을 성사시켰다.
수완동 B씨는 아파트 저층에 거주 중인데 아파트 입구에서 불특정 다수의 흡연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고 이에 센터는 흡연자를 찾아 화해에 들어갔다.
광산구 비아동의 C씨는 옆집과 땅 측량문제로 갈등을 빚었는데 이에 센터는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발생비용에 대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화해를 성사시켰고, 남구 D씨는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에서 강아지를 키우는데 목줄을 하지 않고 방치해 위험하고 불편하다며 문제 해결을 요청해 견주를 만나 민원을 해결한 사례도 있다.
마을분쟁지원센터는 시청과 5개 구마다 1개씩 설치돼 있고 소통방은 시의 지원을 받은 43개소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11곳 등 총 54개소가 운영 중이다.
마을분쟁지원센터와 소통방은 갈등조정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마을분쟁지원센터는 시와 각 구청, 법률전문가 19명, 지역덕망가 6명, 소음관리사 5명, 관리소장 4명, 누수탐지전문가 1명, 기타 전문가 3명 등 총 38명의 전문조정인이 참여해 주민 간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달리 소통방은 갈등조정 양성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직접 화해지원인으로 나서 갈등 해결을 도와주고 또 마을에서 일어나는 분쟁이나 갈등을 직접 찾아 나서는 등 더욱 일상과 밀접해 있다.
그러나 소통방은 단순 화해지원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통방은 청소년과 시니어형으로 나눠 있는데 시니어형이 일반 생활민원 화해지원을 한다면 청소년 소통방 모델은 철저하게 청소년의 화해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소통방에서 화해가 성사되지 못한 분쟁은 센터로 넘겨져 변호사 등 전문 조정인의 도움을 받아 다시 조정과 화해 절차를 밟게 된다.
소통방이 운영되기까지는 다양한 절차가 있는데 운영위원회가 꾸려지면 소통방 기획회의, 시민 홍보활동, 전문가 워크숍, 마을리더 간담회, 주민화해지원인 양성교육 등 전문적인 교육과 홍보가 선행된다.
본격적인 화해지원은 분쟁당사자가 상담 및 화해지원 신청서를 접수하면 시작된다. 여기서 화해지원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자발적 회의로 진행되고, 회의내용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광주마을분쟁센터 조은주 팀장은 “대부분 갈등은 대화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여기서 화해지원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당사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완화된다. 또한 실제 핵심쟁점 및 배후의 당사자 감정을 탐색하는 과정도 중요한데, 당사자가 명확하게 진술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와 소통방은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층간소음 480건, 생활누수 156건, 애완견 142건, 층간흡연 78건, 주차문제 73건 등 총 1645건의 주민갈등을 접수해 1365건(83%)의 분쟁을 해결했다.
조은주 팀장은 “소통방과 마을분쟁지원센터는 갈등해결을 지원하는 곳으로 무엇보다 분쟁당사자들의 해결의지가 가장 중요하고 갈등해결을 통한 공동체 조성은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성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