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판화·신영복 글씨 눈길
북한 산수화·김정자 산수화도
광주 5월의 슬픔과 광주의 정신이 여전히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던 1986년. 해남 읍내리에 토담식당이 문을 열었다.
흙으로 지어진 집이라는 의미의 토담은 더 나은 사회와 인간 존엄성을 외쳤던 김지하 시인과 사회 변혁을 꿈꾼 해남 지식인들이 주로 찾았던 곳이다. 또 당시 주인장과 가까웠던 판화작가 홍성담도 이곳을 찾아 자신의 작품을 남겼다.
홍성담은 오월 광주에 대한 작업을 평생의 화두처럼 여기며 인권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인물이다. 토담 벽에는 홍성담의 판화가 지난해까지 장식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강한 태풍과 비바람이 방안에까지 몰아치자 떼어내 보관 중이지만 많은 이들이 판화작품을 기억하고 있어 다시 내걸 계획이다.
홍성담이 활동했던 80년대는 현대판화의 전성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판화작업이 활발했고 민중미술을 표방했던 젊은 작가들은 판화작품을 통해 시대의 고뇌와 아픔을 고발했다.
토담에 걸려있는 판화들은 80년대 암울한 역사를 반영하듯 굵은 선으로 인물들을 표현, 시대의 고뇌와 아픔을 담고 있다.
토담은 현재 김종수(69)·김정희(67)부부가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옛 주인의 정서를 그대로 잇고 있다.
메뉴도 삼계탕 단일품목이며 그림도 산수화 계통의 수묵이다. 그림작품은 대부분 선물 받은 것으로 중국 연변에서 구매한 북한 산수화와 김정자 화가의 산수, 신영복의 붓글씨도 걸려 있다.
신영복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88년 20년만에 가석방된다. 그는 20년간의 수감생활에서 독특한 서체이자 인권과 평화를 담은 어깨동무체를 개발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도 신영복 교수의 글씨체다. 신 교수의 작품은 김남주 생가와 서정초등학교에도 남아있다. 김정자 화가는 진도 여성작가 중 첫 국전 특선작가로 산수화와 꽃 그림에 뛰어났고 흙 작업 산수화 등 다양한 재료와 결합한 한국화를 선보이며 수묵의 영역을 확장시킨 여류 화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