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관 찾았던 작가들
대정회관에도 작품 남겨
한 폭의 그림에 4명의 낙관이 찍어있는 보기 드문 작품, 아산 조방원과 도촌 신영복, 전정 박항환, 행보 박행보가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이 대정회관 식당에 걸려있다. 모두 70년대 이후 남종화의 맥을 이어온 중견작가들이다. 각자 장미와 진달래, 대나무, 괴석, 목련, 난을 그려 넣은 보기 드문 작품이다.
서득종(84)씨는 1968년부터 대흥사 인근에서 한듬식당을 운영했다. 그 시기 대흥사 유선관은 전국의 소리꾼과 남종화 작가 대부분이 찾았을 만큼 남도의 문화명소였다. 당시 유선관 주인장은 소리꾼으로 유명한 박장화씨였다. 따라서 여름철이면 발성 연습차 전국의 소리꾼들이 유선관을 찾았고 소리를 좋아했던 남종화 작가들도 유선관을 즐겨 찾았다. 특히 남종화는 화맥을 중요하게 여겼기에 스승이 유선관을 찾으면 그 제자들도 우르르 몰려왔다.
화가들은 여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유선관에서 장기 투숙하며 그림을 그렸다. 여기에 유명 화가가 유선관에 머문다는 소문이 나면 해남과 진도 작가들도 덩달아 이곳을 찾았기에 여름철이면 대흥사 인근은 소리꾼과 화가들로 북적거렸다.
이러한 인연으로 대흥사 인근 식당과 여관의 주인장들도 남종화 화가들과의 교류가 잦았다. 대흥사 인근 식당과 숙박업소에 숱한 남종화 그림이 걸리게 된 이유이다. 지금도 대흥사와 삼산면 일대 식당에 남종화 풍의 그림이 주로 걸려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득종씨도 유선관을 찾은 화가들과 형님 동생하며 정을 쌓았다. 그러한 인연으로 대정회관에는 도촌 신영복의 화조화와 청곡 윤희중의 산수화, 금봉 박행복의 목단화, 전정의 소나무, 백포의 산수화 등이 걸리게 됐다. 또 현암 하재종의 대형 학 산수도 한 벽을 차지하고 있다.
서득종씨는 이들 화가와 1969년부터 인연을 맺었다. 이들도 여름이면 유선관을 찾아와 작품을 구상하거나 스케치를 했다. 또 남농 허건과 의제 허백련, 소전 손재형도 유선관의 단골이었다. 특히 소전 손재형이 유선관에 오면 장전 하남호 등 수제자를 비롯해 그와 연관된 많은 이들도 찾아왔다.
서득종씨는 유선관을 찾아온 숱한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남종화를 좋아하게 됐고 이들로부터 많은 작품도 선물 받았다. 한 화폭에 4명의 작가가 그림을 그린 작품도 유선관에서 함께 묵고 있는 4명 화가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그린 작품이다.
서득종씨는 대흥사 계곡에 분포돼 있던 여관과 식당들이 집단시설지구 내로 내려올 때 함께 내려와 대정회관 식당을 열었다. 한듬식당까지 합하면 68년째 대흥사와 인연을 맺고 있다.
대정회관 식당은 서득종(84)‧정정자(72)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문의 : 534-5422 /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9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