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작업실·갤러리 모든 것을 아우른 집
커커필드-동네문화유산도시건축연구소
현산면 구산리 오래된 아름드리 소나무와 작은 솔길을 걸어들어오면 태이의 집이 나온다.
세상의 알곡을 모아 자신의 공간을 채운 태이. 삶의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는 태이의 집은 프랑스와 인도 어디쯤에 있을 법한 작고 아담한 공간이다.
주 무대였던 프랑스와 인도에서 태이라고 불렸던 최영순 건축가는 해남을 기록하는 ‘학교해남’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현산면 구산마을에 터를 잡았다. 그의 학교해남은 2035년까지 15년간의 장기프로젝트다.
그는 건축학을 전공해 프랑스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도시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제3세계의 건축물,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컸다. 따라서 그는 유명한 건축물을 짓기보다 기존에 지어진 건물, 그 공간에 살아온 사람들에게 눈길이 갔다.
농촌마을로 들어가 대문을 활짝 열고 어르신들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그는 지역 소멸, 인구고령화, 빈집문제를 가까이서 느끼고 있다. 그의 집도 온기가 없었던 빈집이었다.
그는 새것을 사기보다 오래된 것을 고쳐 쓰는 프랑스인들의 삶처럼 물질적 가치, 효용성으로 따지기보다 속에 담긴 이야기, 그 세월에 의미를 뒀다.
태이의 집은 주거공간이자 작업실 그리고 갤러리다. 삶의 기록을 직업으로 택한 그에게 모든 것이 영감이고 전시물이다. 문화유산의 시작은 사람에게서, 나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공동체 문화, 주거문화유산이 충분히 가치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커커필드-동네문화유산도시건축연구소가 탄생했다.
벽면을 따라 놓인 책이며, 액자들도 그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건축을 공부하며 프랑스, 인도,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모은 서적이 그를 오늘날 여기에 머물게 했다.
자연도 그에겐 훌륭한 오브제가 된다. 숲에서 모아온 솔방울, 솔가지로 다이닝룸을 꾸몄다. 커다란 식탁 위에서 저마다 존재를 뽐내고 있다.
태이의 집은 타인에게도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공간, 잠시 멈춰 쉼을 가지고 또 끊임없이 헤엄치며 집중할 수 있다. 또 그 삶의 모습도 영감을 준다.
최영순씨는 “해남에서의 삶은 낯설고 흥미롭고 설레는 삶이다”며 “커다란 자연 속에서 평안함을 얻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 삶의 다양한 여정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골에서의 삶을 꿈꿨던 그녀는 작고도 넓은 공간에 자신의 터전을 내려놓았다.
해남에서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먼저 마음을 보여주며 온전히 내려놓은 것이다.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작은 집, 작은 자동차, 정원, 건강한 먹거리. 그는 해남에서 깊고도 알찬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다양성을 받아드리고 소소한 것들로 채운 삶.
한편 태이의 해남을 읽고 기록하는 15년의 장기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최영순 건축가는 학교해남은 인구고령화, 소멸위기 지역인 해남을 기록하며, 지역의 빈집과 폐교, 유휴지 등의 활용안을 제시한다.
올해는 주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공간을 치료하고 공폐가와 폐교, 유휴지,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해 마을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활용안을 제시하는 현장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