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1년차, 집 무상임대 절실히 느꼈죠
서울에서 해남으로 귀촌하면서 초기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촘촘한 청년 정책이 해남을 떠나지 않게 만든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정책이다.
해남에 거주를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주거공간을 1년간 무상임대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 있으면 좋겠다. 관리비 명목으로 소액만 납부하는 거다.
혹은 해남에 있는 원룸이나 빌라를 쉐어하우스 식으로 운영해도 좋다. 청년들이 해남에 살아보고 더 머물지를 결정하도록 초기 정착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1년차에 무상임대, 2년차에는 청년이면 재산 소득을 고려해서 기준치 이하이면 연계를 통해 군에서 2차로 관리하는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거다.
이러한 방법으로 청년들이 2~3년 안에 해남에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정책인 LH 청년전세 임대주택도 해남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건물주들은 LH 청년전세 임대주택 서류가 복잡해서 안 한다고 한다. 군에서 이 정책에 참여하는 집주인에게 2년 갱신마다 도배장판 지원 등 집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해주면 정책에 참여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정책이 있어도 해남에선 이용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돌아올 청년? 남아 있는 청년도 중요해요
인구유입에만 힘을 쏟기보다 유출방지가 더 중요하다.
해남도 돌아오는 청년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해남에 남아 해남을 지키는 청년들을 위한 제도나 정책이 필요하다. 이 청년들이 잘 정착하고 재미있게 살아가면 또래 청년들은 돌아올 수 있다.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남에 남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해남에서 정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해남을 떠나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얻는 청년들이 해남으로 돌아오긴 어렵다. 그러나 해남에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을 생각해보자.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해남에서 해남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청년들이 모여 살다 보면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고 무엇보다 즐겁게 살 수 있는데 왜 떠나려 하겠는가. 인구소멸에서 지역소멸이라는 단어들이 오가는 현재. 청년들에게 귀를 귀울이고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진짜 해남 청년정책’이 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마을활동가 양성해서 청년이 마을과 마을을 잇고, 마을과 사람도 잇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청년들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공동체도 활성화돼 지역 전체가 활성화 될 것이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직접 만나고 청년들에게 들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해남에서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귀촌청년, 지역청년과 교류하고 싶죠
지난해 해남에 귀촌하면서 청년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살펴봤지만 대상자에서 빗겨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귀농, 귀어 청년들에게는 기회도, 지원도 많으나 그 이외의 청년들은 지원정책이 부족하다.
또 결혼해서 해남에 주소를 둔 사람과 홀로 전입하는 사람에 대한 지원이 너무 차이가 크다. 해남군 인구시책에서 전입하는 사람은 5만원의 전입축하금을 받는다. 반면 결혼한 부부는 해남에 주민 등록을 하면 최대 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결혼 여부에 따라 똑같이 해남에 주민 등록을 둬도 지원금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해남군에서 청년들에게 커뮤니티 활성화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소 100만원에서 500만원의 지원을 한다. 청년들에게 더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펼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맡겨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마을에 들어가 살아보니, 청년세대와 어르신들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세대가 다르고 자라난 환경이 너무 달라 세대간 어울리는 시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귀촌한 청년으로서 지역사회에서 커뮤니티의 부재를 느낀다. 사람들을 알아갈 수 있는 모임이 적고 공개된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외지 사람이 어울리기는 쉽지 않다.
귀촌 청년들도 함께 어울리고 알아가는 커뮤니티가 필요하고, 그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청년두드림센터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
주변에 청년들이 함께 있지 않으면 귀촌한 사람들은 처음의 의지가 자꾸 꺾이고 기울어진다. 함께 힘을 받고 살아갈 수 있는 청년 커뮤니티가 필요한 이유이다.
청년농부, 멘토·모임 등 촘촘한 관심을
해남에서 청년농부를 위한 지원을 받아 기반을 마련해왔다. 3년 동안 청년창업농으로 매달 100만원 정도의 영농정착 지원금을 받았다.
기반 없이 지역에 정착한 사람으로서 청년창업농 사업은 가뭄에 단비 같았다. 청년농부들과 이야기를 하면 정말 값진 지원이었고,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또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으로 3억원의 농지대출 등을 받을 수 있어 자본이 없는 청년으로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동안 여러 지원에 참여하면서 초반 청년농부를 이끌어줄 멘토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농촌마을엔 그러한 토대가 부족하기에 좀 더 세밀한 멘토 멘티 사업이 이뤄지면 초반 시행착오가 줄어들 것이다.
청년창업농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진다.
청년창업농 타이틀을 달고 나니 다양한 지원사업에서 0순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지원사업을 청년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정보, 함께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다. 함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 청년농업모임, 선도농가 등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지원하면 좋겠다.
청년 위한 전문교육, 안 될까요
해남에서 청년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고 또 필요함을 느낀다. 물론 창업지원이나 일자리 지원도 중요하다. 다만 여기에 청년지원 인프라 구축 중 청년 교육지원의 중요성을 밝히고 싶다.
20대 초반에 해남을 떠나는 것은 대학진학의 경우도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떠나는 이들도 많다.
지역 내에서 드론, 스마트스토어, 온라인마케팅, 코딩, 영상 촬영, 편집과 같은 요즘 관심이 높은 수업들이 열려 청년들의 다양한 욕구와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 즉 지역 내에서 청년들을 키우고, 교육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장비, 공간 대여와 같은 청년공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쇼핑몰용 사진촬영 장비 대여, 스튜디오, 영상편집실 등 개인이 처음 시작할때 구비하기 어려운 장비들을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주면 좋겠다. 지역 내 인물 혹은 외부강사 등을 초청해 특강을 하면 같은 관심 분야의 청년들이 수업도 듣고 네트워크도 형성될 수 있다.
20대 초반 청년들이 해남을 떠나지 않으면 이들이 지역에서 일도 하고 또 소비도 발생시킬 것이다. 해남은 소비한계가 정해진 지역이라 작은 식당들, 자영업자들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해남은 관광산업이 중요하다. 큰 기업이 있어서 내수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기능을 살리는 길이 열린다면 해남관광산업과도 연계된 일이 많이 탄생할 것이라고 본다.
청년예술인으로 살고 싶죠. 플랫폼 필요
해남에는 예술 관련 일자리가 미미하기 때문에 문화예술을 하는 청년들이 지역에 살기 어려운 여건이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청년층의 유입은 지역의 획기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지역 농산어촌이 살아갈 방향성을 모색한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지역 예술인들이 일회성, 자원봉사식으로 소비되는 문화는 지양돼야 한다. 지역문화를 만들어가고 또 활력을 주는 청년예술인을 돌봐야 할 때다.
청년 예술인의 유입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이유는 이들의 활동들이 앞으로의 산업군을 이끄는 스토리텔링의 고부가 가치를 이끌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청년예술인 유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향 해남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마저 이곳으로 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생계’이다. 청년예술인들을 지원하는 문화플랫폼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상설공연을 하고, 저작권 출판, 유통권, 공연지원 등 여러 방편으로 생계가 보장돼야 한다.
단계별로 지원할 수 있는 ‘중간 지원 조직’이 조례에 따라 신설돼야 한다.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 그 지원의 사회적 동의와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중간 지원 조직의 역할이기도 하다.
지역 청년 예술인들이 일회성, 타인이 부여한 ‘자원봉사’ 개념이 아닌, 본인의 성장과 삶을 이끌 수 있는 법률적 안전 보장 장치, 궁극에는 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그 방향성에서 지역청년예술인을 위한 지원조직의 플랫폼은 고민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