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사, 장의사, 사진관, 학생사, 정류장도 반갑다
해남에서 옛 풍경을 그대로 품고 있는 곳이 북평 남창 거리다. 이곳에는 80~90년대 정겨운 옛 간판이 많이 남아있다. 글씨체도 모양도 각양각색이지만, 세월의 빛바램이 묻어나와 정겹기만 하다.
남창마을 중심은 남창시외버스터미널이다. 교복 입은 학생들과 오일장을 보러 나온 마을사람들, 북평면의 모든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길 반복했던 남창터미널, 버스 시간표가 적힌 녹색의 칠판은 여전히 옛 영화를 그대로 품고 있다.
터미널 부근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파란 간판의 ‘삼양마트’는 그 자리 그대로 주민들의 생필품, 주전부리를 판매한다. 마트 앞에 놓인 평상은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명당 쉼터다.
터미널 건너편에는 노란 건물의 ‘신발백화점’이 눈에 띈다. 이름처럼 비옷, 물장화, 고무신, 각종 장화를 총망라해 팔고 있다.
그 옆으로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남창아남전자’가 있다. 드르륵 옆으로 열리는 유리철문 앞에는 수리를 기다리는 모터들이 줄지어 모여 있다. 전자제품 수리, 모터를 수리하고 판매한다.
건물에 세로로 걸려있는 ‘남광 슈퍼‧장의사’ 간판도 눈에 띈다. 해남 마지막 꽃상여를 제작했던 남광 슈퍼‧장의사, 망자를 정성껏 모시고자 마지막 가는 길을 최선을 다해 꽃상여를 취급했었다. 또 제수용품뿐 아니라 관 제작도 했었다. 상여가 보편화됐던 시절에는 월 60여개의 꽃상여가 제작돼 나갔다.
그 옆으로는 ‘만물철물’이다. 적은 손님이 오며 가지만, 판매하는 물건 가짓수가 다양하다. 페인트, 건축자재, 선구, 어구, 기름통, 빨간대야, 물통, 못 등 작지만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이다.
과거 학생들의 참새방앗간이었던 ‘람보게임방’ 간판은 세월에 장사가 없다. 게임방 글씨는 흐릿해지고, 호랑이 로고와 람보만 남았다. 컴퓨터가 보편화되기 전, 오락기 게임방은 학생들의 방과후 놀이터였다.
남창의 또 다른 전파사 ‘무등전기‧전자’는 여전히 밤늦게까지 남창시내에 불을 밝히는 추억의 전파사다. 전자제품 수리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전자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 전파사 앞에는 라디오며 전축, 선풍기, TV 등 온갖 전자제품이 널려있다.
남창에는 ‘중앙사진관‧예식장’ 간판도 그대로 있다. 필름사진이 보편화됐던 시절, 코닥필름을 판매했고, 가족사진, 결혼사진, 증명사진, 졸업사진 등 북평 주민들의 추억을 담는 장소였다.
또 각종 환갑, 고희, 돌 등 중요 대소사에 비디오촬영도 나가 기념테이프를 제작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곳에선 결혼식도 열렸을 정도로, 마을의 중요 공간이었다.
북평중학교 앞 ‘학생사’에선 문구, 완구, 잡화, 곡물, 참깨도 팔았었나 보다. 여전히 그때 그 문구가 여전히 그대로 써있다. 중학교 건너편에는 문구사로 불렸던 남창마트가 있었다. 몇 년 전 편의점으로 업종을 변경하면서 주민들의 참새 방앗간이 됐다.
남창은 완도와 강진, 해남의 길목이다. 때문에 남창정류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해남~완도, 해남~진도간 4차선 국도가 뚫리면서 남창을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최근 걷기 여행자들이 남창마을을 찾고 있다.
강진 신전에서 남창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85코스로 남창마을을 걸으며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남창 거리를 걸으면 옛 추억을 회상해볼 수 있다. 그때 그 시절 향수가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