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 지역역사 생생히…볼 때마다 자부심 느낀다

전주 완산구 신흥중 버스정류장
학생들의 3‧1운동 재현 동판화

 

전주 신흥중·고등학교 버스정류장은 신흥고의 항일운동 역사를 상징하는 모형으로 디자인됐고 실내에는 3·1운동 재현 동판화가 설치돼 있다.  
전주 신흥중·고등학교 버스정류장은 신흥고의 항일운동 역사를 상징하는 모형으로 디자인됐고 실내에는 3·1운동 재현 동판화가 설치돼 있다.  


 전주시 버스정류장은 편의장치 설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 예술인과의 협업을 통해 정류장이 위치한 장소의 역사적·공간적 특성을 살려 새로운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2019년 지어진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에 위치한 신흥중·고등학교 버스정류장은 작은 역사박물관이다. 신흥학교는 1919년 3·1운동이 시작된 후 전북에선 3·13일 만세운동으로 전개됐는데, 당시 신흥고등학교 학생들이 남문시장(現 남부시장)에서 태극기와 독립 선언문이 담긴 지게를 채소 가마로 위장시킨 후,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나눠줬고, 만세운동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은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2019년 지어진 버스정류장에는 3·1운동 당시 조국 독립을 위해 태극기를 흔든 신흥학교 학생과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동판화와 함께 지하실에서 만들었던 초기 태극기와 현재 국기가 나란히 걸려 역사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버스정류장 지붕에는 태극기 망토를 두른 어린왕자가 거대한 망원경을 통해 항일 운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조각이 세워져 있다. 
 한국 중‧고학생들의 상징인 삼선슬리퍼를 신고 역사를 들여다보는 어린왕자는 현재를 살고있는 학생들이 역사를 기억해야 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한 신흥중학교 학생은 “매일 버스를 타는 곳에서 저와 같은 나이에  일제에 항거한 선배들님들을 마주하면 경건하면서도 자부심을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주 팔복동 버스정류장
카세트테이프 예술공장

 

전주 팔복예술공장의 정체성을 담은 컨테이너형 버스정류장.
전주 팔복예술공장의 정체성을 담은 컨테이너형 버스정류장.

 

 팔복동에도 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팔복동은 전주의 산업단지들이 모여있는 동네로 전주 경제발전의 주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인데 이곳 한가운데에 팔복예술공장이 있다. 
 팔복예술공장은 과거 쏘렉스 카세트테이프를 만든 공장으로 1979년 카세트테이트 대중화 시작과 함께 부흥기를 맞았다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공장 문을 닫았다. 
1992년 문을 닫은 이후 25년 만인 2018년에 이르라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예술공장으로 다시 가동되기 시작해 지금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 전시실로 쓰이고 있다. 
이에 팔복동 버스정류장도 예술가의 손을 거쳐 예술도시로서의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단순 버스정류장이 아닌 <흐르는 입자_Flowing particles>라는 엄연한 작품명을 가진 곳으로 팔복예술공장 레지던시에 참여한 안보미 작가와 협업한 작품이자 버스정류장이다. 팔복예술공장 인근 큰길 건너에는 콘테이너 예술작품 형태로 공장의 느낌을 표현한 <RE BIRTH> 버스정류장 있어, 예술공장의 입구답게 개성 넘치고 독특한 디자인의 정류장을 만날 수 있다. 
 전주시는 이러한 버스정류장 개선사업을 2017년부터 시작해 선물상자, 새알, 훈민정음, 편지봉투, 태조 이성계 어진 봉안 행렬, 노동자의 삶 등 다양한 테마로 총 47곳의 각기 다른 정류장을 조성해 주민과 관광객에게 도심 속 색다른 볼거리를 전하고 있다. 
또 발열 벤치와 에어커튼,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미니도서관 등을 설치해 승객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 
 전주시내 버스정류장은 모두 2,800여 곳, 이중 47곳만 리모델링이 진행되면서 일부 주민들은 노인이 많은 구간과 장터구간 등 버스정류장 개선사업을 지속해서 확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 남구 스마트 안전쉼터
편리하고 똑똑한 버스정류장

 

광주광역시 남구 국제양궁장 버스정류장은 각종 스마트 기능과 함께 외부환경과 독립된 밀폐형 쉼터로 조성돼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 국제양궁장 버스정류장은 각종 스마트 기능과 함께 외부환경과 독립된 밀폐형 쉼터로 조성돼 있다. 

 

 자가용이 발달하고 도시마다 인구가 줄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줄면서 버스정류장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각 지자체는 대중교통의 서비스 질을 높이고 보다 편리한 시설화를 통해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광주 남구의 경우 대중교통의 출발점이자 승객이 가장 많이 찾는 버스정류장에 변화를 줘 승객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광구 남구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앞에는 특별한 쉼터가 있다. 이름은 ‘스마트 안전쉼터’다. 쉼터의 개념과 버스정류장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공간으로 광주시와 광주디자인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가 스마트시티 솔루션 확산사업 일환으로 진행한 사업이다.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한 노인들은 물론 어린이 통학공간과도 맞물려 있는 어린이와 노인, 청년 등이 모두 활용 가능한 공간이다. 
 스마트 안전쉼터의 1차적인 목적은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이다. 버스가 언제 출발하고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모니터가 실내에 존재하는데 이는 별반 버스정류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는 단순 버스노선 실황 외에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비상벨과, 구급의약품, 심장제세동기 등이 비치돼 있다. 비상벨은 112상황실과 양방향 통화가 가능해 주민들의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이용객 카운팅이 가능한 자동문과 스마트 센서를 통해 LED 조명과 난방 및 공기 순환도 원격으로 조정해 요즘과 같은 황사와 미세먼지 등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건강을 보호한다. 이어 편의시설로는 추위로부터 몸을 녹일 수 있는 온열 의자는 물론 버스를 기다리며 스마트폰 무선충전이 가능하고, LCD 패널을 통해 날씨 등 각종 정보 습득 및 방범용 CCTV 역할도 책임지고 있다. 
 스마트폰 활용에 필수장치인 와이파이도 설치돼 무료인터넷이 가능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무료함을 덜어준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병채(32‧광주 남구)씨는 “주말이면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족나들이를 하는데 버스를 이용한다. 아무래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황사나 미세먼지 등 대기질에 따른 제약이 많았는데, 이곳 쉼터를 이용하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스트레스도 줄고, 버스도 더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편리하고 똑똑해진 만큼 구축 비용은 만만치 많다. 스마트 버스정류장 구축 사업비는 3개소 총 3억7,200만원(국비 1억8,600만원, 시비 9,300만원, 구비 9,300만원)이 소요됐다. 광주광역시 남구의 경우 고을노인건강타운, 서남 하이츠 국제양궁장, 봉선2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돼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청 관계자는 “각 구청마다 버스이용객이 많은 1~2개소를 선정해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갔는데, 남구에서 설치한 스마트쉼터 버스정류장이 편리성과 실용성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용객 추이를 살펴 점층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고 전했다.                                      

 

 

 

김유성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