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변화의 중심 ‘15분 도시’
주차장 6만개 축소, 녹지 조성

프랑스 파리에서는 시민들이 자전거, 도보로 모든 생활권을 15분 내에 접근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시민들이 자전거, 도보로 모든 생활권을 15분 내에 접근할 수 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 프랑스 파리, 2023년의 파리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파리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요 정책의 골자는 ‘15분 도시’다. 15분 도시는 주거, 업무, 식료품 쇼핑, 의료, 교육, 스포츠 등 모든 생활권이 15분 이내 가능하도록 구축된 도시다. 
개념 창시자인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 교수가 처음 제창한 뒤 2020년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시장이 주요 정책으로 도입하면서 구체화됐다.
이는 콜롬비아 보고타·미국 포클랜드 등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부산과 제주에서도 도시정책으로 받아들여 실행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15분 도시

15분 도시는 UN의 ‘지속 가능한 도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안됐다. 지속 가능한 도시는 무엇보다도 지속 가능한 저탄소 이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는 “15분 도시에서는 매일 장거리 이동이 크게 줄어들고 필요한 경우에만 이동한다. 주민들은 대중교통, 도보, 자전거만 이용하며 결과적으로 자동차를 줄이고 고품질의 공공 녹지공간을 만들기 위해 재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의 녹지공간은 공기를 정화하고 생물 다양성, 자연적인 물 증발과 흡수를 촉진한다. 또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공유 정원을 통해 토양과 새로운 연결, 주민들은 다시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운다.
모레노 교수는 “평화롭고 푸른 동네에서 주민들은 15분 안에 지역 상점과 서비스를 찾을 수 있으며, 사회적이고 생태적인 지역경제를 육성, 이웃과 소속감, 상호작용을 장려한다”며 “15분 도시 모델은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도시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차선 줄이고 자전거도로

현재 ‘15분 도시’ 정책은 파리 시내에서 과감하게 시행되고 있다. 과거 자동차 중심이었던 도시는 이제 보행자와 자전거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파리시는 노상주차장 14만개 중 6만개를 없애고 그 공간을 보행자를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내 도로 차선을 줄여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었고, 파리 시내 골목길 등 모든 도로에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드는 것이 파리시의 목표다. 
파리시는 팬데믹 전부터 시 당국 차원에서 자동차 수를 줄이기 위해 센강 주변 차선을 모두 없앴고 자전거 도로와 공원을 만들었다. 센강 주변은 남녀노소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이 됐고, 2018년엔 보행자만 다닐 수 있게 변모했다. 
파리의 상징인 넓은 로터리 도로도 변화를 겪었는데, 자동차 위주 도로에서 자전거 친화적으로 바꿨다. 실제로 주요 통행로에선 차선이 하나로 축소됐고, 자전거 도로는 3차선 너비로 확장됐다. 파리시는 2026년까지 자전거 도로 180km와 18만 곳의 자전거 주차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파리는 도시를 시원하게 만들어서 보행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2026년까지 나무 17만 그루도 심을 계획이다. 또한 2024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에펠탑과 트로카데로 광장을 연결하는 길은 전면 보행로로 바뀔 계획이다. 

주차장 축소 세계적 추세

자동차가 도입되면서 도시는 자동차가 중심이 되어 설계됐고, 도로 폭은 점점 넓어졌고 보행자의 설 곳은 좁아졌다.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15분 도시’를 처음 생각한 것은 기후 문제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됐다. 전세계으로 팬데믹, 에너지 문제, 대중교통 파업으로 도시 사람들이 ‘15분 도시’가 필요한 상황이 펼쳐졌고, 주거지 주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도시를 설계하게 된 것이다. 
인간 중심적이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15분 도시 계획은 대중의 큰 지지를 받았다. 전세계 주요 도시들이 주차장을 줄이고, 차 없는 도시 건설에 목표를 두고 있다.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는 “더 많은 주차장을 건설하는 것은 불행히도 과거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차량을 주차하기 위해 층층이 주차장을 건설해 땅을 인공화하는 일을 더이상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시의 변화에 대해 운전자, 시민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변화 격동기를 감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레노 교수는 “녹색 정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얻는 것이다. 파리에서 주요 도로 자동차로를 폐쇄했을 때 처음에는 매우 어려웠지만 받아들여졌다”며 “몇 달 후, 1년 후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졌고 주민들은 그 반대했던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진정한 정치적 신념과 환경적 헌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령층에 더 나은 삶 

‘15분 도시’ 개념의 창시자인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자전거를 타며 도시에서 이동하고 있다.
(ⓒMathieu Delmestre)

 

모레노 교수는 해남과 같은 농촌도시에는 ‘30분 도시’의 개념이 맞다고 설명했다. 
크고 밀집된 도시는 매우 잘 발달되고 연결된 대중교통의 이점을 가지고 있어 쉽게 자동차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농촌 지역과 같이 밀도가 낮은 지역은 확실히 기존 조건, 환경 및 주민들의 필요에 대한 개념이 달라 30분 도시 아이디어를 개발했다.
모레노 교수는 “지속 가능한 이동성의 개발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나 효율적이고 접근 가능하다. 충분한 고객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와 마을 간에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도시와 지역이 재생되고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사회적 연대가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인구 통계학적 변화의 맥락에서,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15분 도시는 이상적인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생활 공간이 500미터 미만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15분 도시는 노령층이 집 주변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모레노 교수는 “15분 도시는 사람을 중심으로 평등과 연대성, 근접성을 추구한다”며 “사회적 연결을 통해 노인, 여성, 아이 등 취약계층이 고립·소외되지 않고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조아름·김유성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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