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기와 함께 온 가족 등
새 가족 기다리는 유기견들

강아지 삼형제
강아지 삼형제

 

 2023년 8월, 난 사람들이 유기견보호센터라 부르는 이곳에 왔다. 엄밀히 말해 옥천면 용동에서 붙들려 왔다. 사람을 잘 따르는 것으로 보아 나도 한때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불렸던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히 난 얼굴이 예뻐 인도적 처리를 피하고 6개월간 이곳의 터줏대감으로 살고 있다. 행운아인 셈이다.   

 

해남군 유기견보호센터의 유기견 39마리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왼쪽부터 6개월 터줏대감인 용동이) 
해남군 유기견보호센터의 유기견 39마리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왼쪽부터 6개월 터줏대감인 용동이) 

 

 이곳에서 우리의 이름은 숫자로 불린다. 2023-00204가 내 이름이다. 2023년 204번째로 이곳에 왔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6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살다 보니 이곳 사람들은 나를 용동이라 부른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있는 개인 것이다. 
이곳에 있는 동안 참 많은 친구가 왔다가 어디론가 갔다. 새로운 친구들이 올 때도 가슴이 두근 두근 거리지만 그 친구들이 사라질 땐 가슴이 방망이질 친다. 나도 그 속에 포함될 수 있다는 두려움. 물론 가끔 입양 가는 친구들도 있다. 나도 언제 새엄마가 올까. 

 지난해 12월22일 황산면 연호리에서 구조된 어미와 새끼 3마리가 들어왔다. 이 가족 이름은 2023-00381. 어미는 먹지 못해서인지 뼈가 앙상히 드러나 있다. 지금은 이곳을 관리하는 분들의 알뜰한 보살핌으로 살이 많이 올랐고 새끼들도 깡깡거리며 제법 장난도 친다. 꾸물꾸물 엄마 젖을 물고 있는 아기 친구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올해 1월10일 또 다른 엄마와 새끼 2마리가 들어왔다. 송지면 산정리 빈 하우스에서 구조된 3가족, 눈을 겨우 뜬 아기 두 마리. 태어난 지 얼마나 됐을까. 종일 엄마 젖만 물고 있는 새끼들이다. 

새끼 3마리와 어미 
새끼 3마리와 어미 

 

 나는 아기들의 성장과정을 매일 보지만 애써 눈길을 피한다. 이곳을 관리하는 분들도 아기 강아지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른다는 걸 난 안다. 입양이 아닌 인도적 처리로 헤어질 수 있다는 아픔, 그 아픔을 나도, 관리하는 분들도 알기에 마음의 문을 애써 닫는다. 
문내면 증도리에서 온 나이 6개월 된 삼형제도 있다. 처음엔 사형제였는데 형제 1마리가 먼저 입양됐다. 한창 부모의 사랑이 그리울 때라 그런지 사람 발소리만 들려도 문고리를 잡고 시끄럽게 울어댄다. 정말 예쁜 애들인데, 2023-00384, 385, 386이 아닌 새 이름으로 불러줄 가족이 빨리 생겼으면 한다.
우리집인 유기견보호센터에는 지금 39마리의 친구가 있는데 이중 10마리는 강아지다. 

 3살 믹스견도 있다. 황산면 남리에서 소방관 아저씨에 의해 1월17일 구조돼 들어 왔는데 사람 손을 많이 탄 친구다. 청소를 하기 위해 관리하는 분이 방에 들어서면 온몸을 붙잡고 놔두질 않는다. 관리하시는 분이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어찌나 매달리는지 이미 정이 잔뜩 든 모양새다. 나중에 어떻게 헤어지려고.
우리집 사무실에는 매일 전화벨이 울린다.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가라는 전화인데 내가 살짝 봐도 월평균 30~35회는 새로운 친구들이 온다. 또 1년에 1,200~1,300마리의 유기견 신고가 들어오고 이중 400~450여 마리가 구조돼 이곳으로 온다. 
시골은 도시와 달리 늙거나 병든 친구들이 주로 오는데 휴가철이나 명절 때 친척 집에 맡기거나 버린 아이들이다. 또 이미 들개가 된 아이들도 많다. 

 그래도 다행인지 구조된 친구들 중 30% 정도는 새가족을 만난다.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분양률이란다. 나머지 친구들은 인도적 처리가 된다. 주로 들개가 돼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는 친구들이다. 그래도 그 많은 친구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힘들다. 특히 나이 어린 친구들을 보낼 땐 관리하는 분도 애써 눈물을 삼키는 것을 본다. 
유기견보호센터로 온 지 벌써 6개월, 나머지 친구들도 3~4개월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새 식구를 만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이라 최대한 인도적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우리집 앞엔 축산사업소 건물이 있는데 그곳에는 진순이가 살고 있다. 진짜로 순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축산사업소 직원들이 정이 들어 분양해 키우고 있는, 정말로 팔자 좋은 친구다. 그 친구가 부럽다.
또 부러운 녀석이 있다. 화원면사무소에서 구조돼 온 푸들 친구인데 이름은 2024-00014이다. 다섯 살 먹은 이 친구는 새가족이 생겨 곧 이곳을 떠난다. 미치도록 부럽다. 

 나의 소원은 친구들이 이곳에 오지 않는 것이다. 가족으로부터 버려지고 새 가족을 만나지 못하면 인도적 처리가 돼야 하는 삶,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길. 또 다른 소원은 6개월 터줏대감인 나의 새가족이다. 그래서 사람의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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