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몸짓이지만 28일 노인의 날 무대선다

일찍 불이 꺼지는 농촌. 그런데 밤 11시가 다 되도록 북평면사무소 2층만은 환하다. 밤에 들리는 설장구 소리, 간간히 웃음소리도 들린다.
북평면의 억척 여성들이 설장구를 맸다. 종일 들녘에서 가게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이라 다리도 허리도 아프다고 엄살 아닌 엄살을 부리면서도 그 어려운 설장구를 배우겠다고 나선 여성들이다.  
농번기철이라 밤 9시가 다 돼야 모이는 여성들. 11시까지 강행군이다. 몹시 힘들 법도 한데 설장구 치는 것도 들녘 여성답게 억척스럽다.    
40~50대 15명의 여성들이 설장구를 시작한 것은 1개월 전. 권윤자(63)원장이 설장구를 가르치겠다고 하자 용감하게 나선 여성들이다.
권 원장과 이들 여성들과의 만남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스포츠댄스에서이다. 권 원장으로부터 스포츠댄스와 기방살풀이를 배운 이들 여성들은 올해 열린 북평면민의 날과 김남주·고정희 기념행사에 초청돼 너무도 떨리는 무대에 섰다. 우리도 무대에 섰다는 자부심이 설장구를 배우겠다는 도전의식을 싹틔운 것이다.  
설장구를 맨지 1개월밖에 안 돼 아직은 장단도 몸짓도 서툴지만 이들 여성들은 더 나은 도약을 위해 용감한 도전장을 냈다. 오는 28일 열리는 북평노인의 날 행사에 설장구를 선보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1개월도 남지 않은 노인의 날 행사. 매일 밤 강행군이다. 강사도 수강하는 여성들도 긴장되긴 마찬가지.
그러나 한번 마음먹으면 못할 것 없는 농촌여성들이라 억척스럽게 장단을 두드린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밭을 매고 말지 설장구는 너무도 어렵다고 하면서도 그 재미만큼은 무엇과도 비교가 안 된단다. 하루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설장구를 배우겠다고 밤길을 헤치며 오는 여성들. 한 순간 코끝이 찡해온다.
권윤자 원장은 이들 여성들에게 무료로 스포츠댄스와 기방살풀이, 설장구를 지도하고 있다.
수원에서 스포츠댄스와 전통무 학원을 운영한 권 원장은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2009년 고향인 북평으로 내려와 이들 여성들을 만났다.
고향을 지키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 여성들에게 들녘 외에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고 싶어 수강생을 모집, 지도에 나선 것이다.
춤을 통해 고단함에 지친 심신을 푸는 농촌 여성들. 들녘에서뿐만 아니라 이젠 취미생활에서 그리고 무대에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찾는 여성들. 그 여성들의 몸짓이 북평면을 활기차게 만들어가고 있다.
오는 28일 북평노인의 날 행사에서 아름다운 그녀들을 만날 수 있다.
                                       김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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