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도 그게 궁금하다
시인 황지우 명작읽기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 명강의로 이름이 높았던 ‘시인 황지우 명작읽기’ 첫 강의에 군민들은 물론 전국에서 많은 수강생이 몰렸다.
지난 5월10일 열린 첫 강좌에서 황지우 시인은 명작에 대한 정의로 ‘누구나 아는데 안 읽은 책’이라며 명작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황 시인은 “명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자기확신이다. 전 세계에서 통하는 지식과 교양을 쌓아 올림으로써 흔히 말하는 ‘말빨’을 세울 수 있고 말빨은 곧 자신의 교양과 문학에 대한 지식에서 오는 자기 확신이다”며 “지적 공허감과 위선을 털어버리기 위해서라도 인생에서 꼭 한번 명작 읽기에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작을 완독하기 위해서는 텍스트의 저항을 이겨내야 함을 강조했다.
황 시인은 “명작을 읽을 땐 피를 짜 넣는 듯이 읽어라. 책을 지저분하게 읽어라. 그러다 잡념이 들면 낙서도 하고, 자신의 생각도 적어라. 재독 삼독을 할 때 당시의 메모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며 “그 생각들이 쌓이는 것, 명작을 읽으면서 가져갈 수 있는 자신의 몫이다”고 말했다.
그는 호메로스-일리아스 편 강의에서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트로이 제국의 서사를 담은 일리아스는 호메로스 시인의 시초가 된 구전문학으로 창자에 의해 이야기가 변형돼 왔지만 음절에 장단을 절묘하게 맞춘 호메로스의 원작 구전이 가장 완벽하다고 평했다.
이어 황지우 시인은 일리아스 소설 속 인물들에게 정신분열 징후를 대입시키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명작을 해석하는 방법도 명작을 읽는 또 다른 재미라고 말했다.
첫 강의를 끝내면서 “명작은 1~2시간으로 해설로 절대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수업이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이번 명작읽기의 전체 강의가 끝날 때 쯤 얼마의 수강생이 남아 있을지는 나도 궁금하다”며 첫 강좌를 마쳤다.
서울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내려온 한 수강생은 “워낙 전설적인 명강의라 꼭 한번 듣고 싶었다. 역시 독서의 접근법이나 명작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큰 울림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평소 미뤘던 고전 명작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