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대규모 환경오염과 거대한 위험들이 인류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오늘날은 지진과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폭우 발생과 이상 고온이나 한파, 홍수, 가뭄, 대형 산불,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 미세먼지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2023년 7월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침수로 사망 14명 사고 9명이라는 총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참사는 폭우로 인한 미호강 제방 붕괴 및 범람이라는 원인이 제기됐다. 이장을 지낸 한 주민이 119에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고 신고했고 119는 이와 같은 사실을 시청에 알렸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은 “사고의 발생은 예견됐으며, 이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충청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이 제방 근처를 신속히 통제했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다. 세 차례의 경고가 왔음에도 관계기관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사이 궁평2 지하차도는 15일 오전 8시40분 마침내 범람한 미호강 물로 삽시간에 가득 찼다. 이때 걸린 시간은 2~3분 정도이고 물의 양은 6만톤 정도 이른다고 한다. 침수 당시 지하차도 내에는 차량 17대가 고립돼 있었다.
언론에선 당시 참사의 주범을 관피아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미호천교 아래의 기본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하게 임시로 제방을 쌓은 것을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않았던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다. 또 호우경보와 홍수경보가 발령된 비상상황 속에서 신고 등 수많은 경고가 있었다.
지하차도와 주변의 미호강과 연관 기관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적극적으로 대처했을 텐데 하지 못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충청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공사현장 관계자, 경찰, 소방 등 36명을 수사 의뢰했다.
국무조정실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경우 도로공사의 시공사가 기존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한 뒤에 규격에 미달하는 부실한 임시 제방을 설치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했고 지적했다.
또한 제방붕괴 상황을 인지한 이후에는 관계기관에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지 않았고 충청북도는 사고 발생 이전에 공평2 지하차도 통제 기준이 충족됐지만 이를 제대로 모니터링 하지 않고 교통 통제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우리나라는 과거 압축 성장하면서 위험과 안전 문제를 회피했다. 오직 외형적인 성장만을 위해 개발과 발전을 지표로 삼았다. 폭압적 근대화의 길을 위해 치달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파행적 근대화’로 사회적 합리성의 무시나 부족이 더 큰 위험 요소이다. 이러한 위험 요소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세월호’ 침몰사고,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재난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전근대화 사회가 안고 있는 불확실한 위험을 그대로 품은 채 나아갔다. ‘빨리 빨리 문화’가 급속한 경제적 성장을 재촉해 근대적 위험을 떠안고 있는 이중적 위험사회를 달리는 형국이다. 울리히 벡이 주창하는 서구의 위험사회와는 다른 가중된 치명적인 위험사회 구조를 지녔다고 진단할 수밖에 없다.
헌법 제34조 제6항의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불확실하게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뿐만 아니라 국민 각자가 국가의 재난관리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재난관리에 일선 책임기관인 지방정부보다 더 효율적인 역할이 제고돼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여름 장마철을 맞아 해남군도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취약성을 파악하고 분석해 문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살기 좋은 땅끝 해남, 모두가 안전한 내 고향 해남이 되기를 갈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