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면 대상리 90세 유영신씨
「내가 짊어진…」 구술 자서전
“나는 우리 자식들한테 꼭 아버지처럼만 살라고 말하요. 남에게 잘 베풀고 해 끼치지 않고 살았던 사람이 남편이었거든.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람이 아버지라는 걸 자식들도 알 거요.”
90세 유영신씨의 삶은 같은 연배의 여성과는 사뭇 달랐다. 평생 목수로 살다 세상을 떠난 남편 문영범씨와 부부싸움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금술 좋은 사이였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결혼하고 싶다.
또 당시 많은 여성이 시집살이하던 때인데 그에겐 그런 경험이 전혀 없다. 시어머니는 ‘사또 모시듯’ 그를 대했다.
마산면 대상리 유영신(90)씨의 구술 자서전이 나왔다. 책 제목은「내가 짊어진 십자가가 나를 살렸다」이다.
전남교육청 해남도서관(관장 박은정)이 마산면주민자치회(회장 김해경)와 함께 진행한 프로그램 ‘나를 만나는 자서전 쓰기’ 수업의 결과물이다.
마산면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면민 8명이 참가해 진행했다. 8명 중 가장 연장자인 유영신씨의 이야기를 강사인 서관순씨가 구술을 풀어 책으로 펴낸 것이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유씨는 목사와 같은 삶을 살았던 아버지 영향으로 열심히 교회에 다니고 있다.
결혼한 뒤로는 마산면 신기교회에 다니고 있는데 자식들 모두 기독교인으로 신실한 믿음을 지키고 살아가 고맙단다.
무탈한 삶을 살았을 것 같은 그에게도 큰 아픔은 있었다.
셋째 아들 형철이가 스물일곱 꽃 같은 나이에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쉰 살도 안 된 막내며느리와 앞길 창창한 사위를 먼저 보낸 슬픔도 뒤이어 일어났다. 가슴에 묻은 자식들 이야기에 그는 눈물을 훔쳤다.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이라 생각하요. 그래도 생때같은 자식들을 앞세운 아픔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아물지 않아요.”
다시 태어나면 공부를 많이 하고 싶다는 유영신 어르신. 자신의 젊은 시절과 노년의 모습이 함께 담긴 자서전의 표지를 들여다보며 그가 꽃처럼 맑게 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