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선/해남탐조모임_새봄
                                 윤지선/해남탐조모임_새봄

 

 “저기 보인다! 와, 정말 해남에도 돌고래가 살고 있었네?” 걷기 불편한 1학년을 선생님이 업고 갯바위 언덕 너머 다다른 해남 서쪽 끝 임하도 등대 아래. 아기 돌고래가 엄마 등에 업혀 한 몸 되어 헤엄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그것도 수족관에 갇힌 전시 동물이 아닌 바닷속에서 자유로이 살아가고 있는 해양포유류 존재와의 첫 만남에, 평생 잊을 수 없을 경이의 탄성이 인다. 
땅끝 서정초등학교 학생들이 절기별 자연탐사로 해남의 산과 바다에서 보물 같은 자연을 만나는 시간, 이번 달은 우리 고장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를 만났다. 일부러 물때 맞춰 아침 일찍 한 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이곳에는 상괭이 관찰대가 있다. 사람처럼 열 달 품다 낳은 신생아 시기라 예민할까봐 일부러 조금 늦게 보러 왔는데도 아기 업은 상괭이가 나타나 반가웠다. 
지난달 ‘아수라활활타’ 예술가들과 왔을 때 하필 날이 하도 안 좋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숭어 사냥하는 상괭이를 따라다니며 찌꺼기 먹는 갈매기들이 내려앉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궂은날만 아니면 상괭이를 연중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니, 그 비결은 무얼까.
연안에서 사람보다 오래 살아왔을 원주민 상괭이는 최근 들어 개체수가 절반으로 감소해 국제적으로 이미 CITES 보호종이자 IUCN 위기종, 국내에선 2016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다. 2018년 ‘꼭꼭 숭어랑 상괭이 보일랑 한마당 축제’를 열던 당시 상괭이들 맘 편히 살라고 딱 이 구역만은 양식 시설을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마을 주민분들은 지금껏 지켜주고 계신다. 관에서 지정하는 방식이 아닌 마을주민 스스로 조용히 보호하고 있는 국내 사례는 처음 들어 놀라웠다. 
이날 안내해주시며 최고의 선물을 주신 마을기업 이마도 이수철 대표님께 진심을 담아 “우리(미래세대)들도 이렇게 상괭이를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박수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제주도나 캘리포니아까지 가지 않아도 가까운 우리 동네 돌고래와 연결될 수 있다니. 유난히 풍부한 생물종다양성을 가진 조수웅덩이도 더 탐사하고 싶었지만 서둘러 돌아와 아쉬웠다. 
땅끝탑 아래로도 요즘 종종 목격이 되곤 한다니, 일정 구역만이라도 보호구역으로 자리를 내준다면 더 가까이 더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오래 살아왔지만, 등지느러미가 없어 개체 식별이 어렵고, 한 가족 단위로 워낙 조용히 움직이는지라 연구가 많이 되지 않아 모니터링이 꼭 필요하다. 
고래는 기후변화시대 탄소를 포집하는 역할이 뛰어나서, 똥만 싸도 지구 전체 호흡량을 책임지는 식물성플랑크톤을 키워내고, 죽어서도 다른 바다동물들을 먹이며 탄소를 저장한다. 전 세계가 탄소포집 신기술에 돈을 쏟으며 묘안을 짜내고 있는 현실에 고래류 보호야말로 실질적인 기후조절 방안이다. ‘고래가 새끼 낳고 미역 뜯는 걸 보고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인다’는 당나라 <초학기> 기록처럼, 해녀들이 고래에게 산후조리를 배울 만큼 우리 바다는 고래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큰 고래류는 멸종하다시피 했고, 작은 고래류는 최근 몇십 년 사이 촘촘한 어업방식으로 멸종에 이르고 있다. 
특히 안강망에 조류 따라 들어간 물고기들은 살아있지만, 분당 2~3회 수면에 올라와 폐호흡을 해야 하니 그대로 익사한다. 연평균 천마리 가까이 죽고 있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가 상괭이 탈출 장치를 고안, 서천, 보령 등지에 배포해 그 효과도 입증됐다. 새로운 탈출식 안강망의 어획 손실이 5% 미만이래도 어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국가와 해남군이 손실분을 보상해주면서 보급한다면 가장 실효성 있을 것이다. 상괭이도 마음 놓고 헤엄칠 만큼 살아있는 바다라는 자부심으로 민과 관이 함께 연구하며 상괭이와 함께 땅끝바다가 되살아나 오래오래 지속 가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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