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정원, 아름다운 석양
황산 징의 ‘해남에 살고싶다’
황산면 징의마을 길가에는 숨겨진 정원이 있다. 바다화가 김향희(61)씨가 매일 돌보는 2,000평 규모의 정원이다. 바다를 업 삼아 사는 어민인 그는 그동안 어촌의 삶과 자연풍경을 캔버스에 담아왔는데, 그의 작품세계가 정원으로 확장됐다.
그는 정원에 꽃과 나무, 조형물로 그림을 그린다. 정원은 살아 숨 쉬며, 시시각각 다양한 모양과 색채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이 정원에는 ‘해남에서 살고싶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의 집에 놀러와 아름다운 정원을 보며 감탄하는 이들이 감탄사처럼 내뱉는 말이다. 가슴 펑 뚫리는 자연환경에 오는 이마다 감탄과 힐링을 하고 간다.
정원을 가꾼 지 3년, 비가 올 때마다 언덕에서 도로로 흙물이 흘러나와 직접 보수해 가꾼 것이 지금의 정원이 됐다. 이제는 계절별로 꽃도 다양해 나비와 새들이 쉬었다 간다.
정원은 볼거리가 많다. 철마다 피는 꽃도 다양한데, 봄부터 꽃잔디, 장미, 국화, 달리아, 수국, 백합, 금계국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연달아 피어난다.
특히 정원에는 털수염풀과 팜파스가 바람에 춤을 춘다.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는 털수염풀은 붓으로 스케치를 해놓은 듯 서정적인 정원을 만드는데 한 몫 한다.
김향희씨는 “한들한들 춤을 추는 털수염풀 옆에 사계절의 꽃들을 심으니 언제나 꽃이 피고 살아있는 정원이 됐다. 이곳은 바람이 불면 더욱 아름다워 바람의 언덕 정원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조경을 배워본 적도 없지만, 그동안 그림을 그리며 구도를 잡고 그림을 배치해온 감각이 그의 정원에 여실히 드러난다. 각 식물들은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정원에 있는 조형물도 바다에 떠밀려온 부표나 폐자재를 활용해 직접 업사이클링한 것들이다.
부표 스티로폼을 조각해 양파망을 감고 시멘트를 발라 화분, 곰돌이, 양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었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그의 손에서 폐자전거나 장화, 싱크대, 휠체어, 청바지도 모두 작품으로 재탄생돼 정원에 볼거리를 더한다. 또 건강을 생각해 황톳길도 만들었다.
정원에 식재하는 식물들은 도시에 사는 딸 박진심씨가 한 달에 한 번씩 집에 내려오면서 공수해오고 있다. 엄마와 딸은 새로운 식물들을 식재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향희씨는 정성을 쏟은 개인 정원을 주민들과도 나눈다. 이 정원에 누구나 쉬었다 가면 그것이 행복이고 보람이란다.
2,000평의 넓은 정원은 둘러보는 데도 한참이 걸린다. 바람의 언덕 정원, 바위솔정원, 수국정원, 꽃잔디 정원 등 각각에 이름이 있다.
그는 앞으로 산 뒤쪽을 더욱 가꿔 이 정원과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카페, 펜션도 미래에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이곳 정원에 오르면 탁 트인 바다풍경에, 노을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 풍경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해남에 살고싶다 : 황산면 고천암로 848-1
